2012년 1월 27일 금요일

석궁 사건 정리

참고할 페이지
김명호 교수가 만든 홈페이지. http://seokgung.org/ 왠만한 건 여기 다 있음.

0. 승진 및 재임용 탈락의 건
성대의 김교수 평정
[(가) 비(B)로평정한 항목
1) 학문연구 능력과 실적
2)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도
3) 근무상황 : 타대학 출강상황, 본직이외 업무의 종사관계
4) 기타사항 : 개인생활의 청렴도, 준법정신

(나) 디(D)로평정한 항목
1) 교수로서의 기본적 자질 :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2) 교수(강의)능력과 실적 : 교수능력, 수업이행상태, 수업효과, 학습자료 활용도
3) 학생지도능력과 실적 : 분담 지도실적,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 및 자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과 실적, 학내외 행사참여 및 지도실적
4) 근무상황 : 출근상황, 근무자세
5) 기타사항 : 학내.학과내의 인화관계, 불평.불만 습성적 소유여부

(다) 이(E)로평정한 항목
1) 근무상황 : 상벌관계
2) 기타사항 : 본교 발전을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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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재임용 소송의 성격이 나옵니다.
교육자적 자질과 근무 자세가 재임용 탈락할 만큼 안좋은 게 사실인가 아닌가.

물론, 제도상의 하자를 지적하는 차원에서 '주관성이 가미되는 자질이라던가 하는 것이 재임용 탈락 사유로 포함되는 것이 옳은가, 재단측의 입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정당한 문제제기일 수 있지만 이 사건 판결의 공정성 여부와는 거리가 있다.

이 재판에서 김교수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 변론하다가 패소한다. 사실 이 재판의 핵심적인 문제는 이거라고 생각된다.
[나:"저는 할 말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파악하셨습니까?"(주: 4월 7일에도 물었던 질문)] 라고 판사한테 자주 따지는데, 이 부분이 문제였던 것.
김교수는 이 사건은 수학문제 오류 지적에 대한 성대의 부당한 보복이라고만 판단하고 있을뿐 나머지 부분은 중요치 않다고 본 것 같다. 그런데 법원과 피고(성대)가 자꾸 강의실에서 욕했네, 교수회의 안나갔네 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들먹거리니까 둘이 짜고 자신을 모함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수학 문제 오류 지적이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이미 증명했다는 사실일 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정렬 판사가 회고하는 당시 재판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변호사만 임용했으면 김교수가 이길 수도 있는 재판이었다.
아무튼 김교수는 변호사 없이 자신의 수학자로서의 훌륭함 만을 입증하다가, 교육자적 자질과 근무 평정을 근거로 한 성대측의 주장을 뒤집지 못하고 패소했다.

그 다음 문제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1. 공히 인정되는 사실
김교수는 박판사의 집에 수차례 사전 답사하면서 귀가 시간을 조사.
김교수가 석궁과 회칼, 노끈을 지참하고 박판사 아파트 계단에 잠복
박판사 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김교수가 안전장치가 해제된 석궁을 들고 2층 계단에서 등장 (장전시 자동으로 잠금장치 잠김)
박판사가 가방으로 방어자세를 취하자 가방을 치우려고 접근
화살이 발사됨. (김교수에 따르면 우발적으로)
둘이 몸싸움. 같이 넘어짐.
경비원과 운전사가 뛰어옴. 둘을 떼어놓고 4명이 현관 밖으로 나감.
이때 경비원이 판사 배에서 혈흔을 봄 (혈흔 확인 시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경비원 증언 http://news.nate.com/view/20120127n21178, 1심에서 김교수의 증언 등 현관에서 확인)
판사가 119 전화를 부탁한 후 도망 못가게 하라고 하고 파카로 갈아입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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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판사 배의 상처가 석궁에 의해 났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점은 1심까지 김교수도 인정했던 것으로, 1심에서 김교수는 위협할 생각뿐이었으며 고의로 상처를 입힌 게 아니라고 주장.
2심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자해설을 주장했는데, 공판 기록을 보면 그냥 '내뱉었다'는 쪽에 가까운 듯
요컨대, 석궁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접근해서 싸웠고, 피해자에게 창상이 났고, 현장에서 창상을 목격한 목격자까지 있다는 것. 이것으로 상해 유죄 종료임

2. 제기되는 (헛된) 의문
*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 갔는가?, 피해자 판사의 진술은 왜 번복되는가? 혈흔 감정은 왜 기각했는가?, 상처는 과연 석궁에 맞은 것인가?(혹은 자해인가?)

우선, 위 1항의 상황에서 김교수의 화살에 맞은 상처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석궁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접근해서 싸웠고, 피해자에게 창상이 났고, 현장에서 창상을 목격한 목격자까지 있다는 것. ] 뒤에 설명하겠지만, 다른 모든 의문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는 한 별 의미가 없다. 즉, 다른 의문이 설득력, 설득력은 둘째치고 어떤 살펴보아야 할 중요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1항의 상황으로부터 판사가 당시에 상처입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성립시켜야 한다.

가) 화살 실종
수사기관의 실수나 과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위에 말했듯이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 화살이 없다는 점으로부터 뭘 입증할 수 있는가? 판사의 상처가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로 생긴 것이 아니다?
석궁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접근해서 싸웠고, 피해자에게 창상이 났고, 현장에서 창상을 목격한목격자가 있다. 이 상처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긴 것인가? 창상은 현장에서 생긴 것이고 화살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상처를 냈음이 입증된다.
(이정도를 부정할 수준의 사람이라면, 화살이 있다 해도 그 화살이 그 화살이 맞느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혈흔이 묻은 화살이 발견된다면? 검찰에서 조작했다고 의심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의심을 해소해 줄만큼 명쾌하게 증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 다른 가능성이라면 이렇다.
판사는 평소에 인공 혈액을 가지고 다닌다. 아니면 김교수 주장처럼 빨간약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흉기를 가진 가해자가 접근하여 화살이 빗나가고, 둘이 몸싸움을 한다. (판사가 밑에 깔렸다.) 경비원과 운전사가 와서 둘을 떼어 놓는다. 몸싸움에서 둘을 떼어놓고 하는 사이 어느 때 쯤 순간적으로 배에 빨간약을 뿌린다. 경비원과 김교수가 본 것은 그 빨간 약이다. 그리고 판사는 집에 갔다오는 3~5분 사이에 자해를 한다. 병원에 간다.
이 문제는 뒤의 혈흔 문제와 연결되는데, 자해를 하면서 옷위로 뚫어서 상처를 냈을 수도 있고 (이 경우 혈흔 감정은 당연히 필요 없다.) 옷을 걷고 몸에만 자해를 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이라면 판사가 평소에 대력금강지나 응조공같은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석궁이 겨눠지고 피해자와 옥신각신하는 사이 손가락에 공력을 모았는데 넘어지면서 자기 배를 손가락으로 찌른 것이다. 이 경우 그정도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왜 밑에 깔렸고, 김교수에게는 상처를 못입혔는지 의문스럽다. 하지만 평소 자해 공갈을 위해 빨간약을 가지고 다닌 것 만큼의 가능성은 있다.

나) 판사의 진술 번복
번복되는 진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느 시점에 화살을 맞았는가 하는 점. 가해자가 계단 중간에서 쐈다. 내려와서 쐈다. 정확히 어느 거리 어느 시점에서 쐈는지 잘 모른다.
두번째는 번복이라기보다 당시의 증언의 차이인데, 구급차에서는 화살이 튕겨나갔다고 했고, 병원에서는 화살에 맞았다고 했다.

첫번째 진술 번복은 번복이라고 할 것이 없다. 정확히 어느 거리 어느 시점에서 쏜지 기억이 잘 안난다는 얘기일 뿐 김교수가 화살을 쏴서 내가 맞았다는 점은 불변이다.
두번째 진술에서 구급차에서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목숨이 오락가락했던 상황에서 모든 점에 부합된 진술을 한다면 오히려 그게 의심스러울 수 있다.

인간 정신의 속성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응전 태세에 돌입하면 생명과 무관한 자잘한 사항에 대해서는 기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생명의 위협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떤 사실에 집중하면 주변 상황이 무시된다. (사건과 무관하지만 BBC 다큐 Is Seeing Believing을 추천)
판사의 경우 화살에 맞을 지 모른다는 생명의 위협, 화살이 발사된 후 곧바로 육박전에 돌입한 생명의 위협 때문에 이미 생명위협의 가능성이 사라진 화살에 대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 못하는 것이 맞다.
김교수가 빗나갔다고 하는 주장 중에 '판사의 힘이 빠지지 않고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화살 이후에도 맞아 싸워야 할 위협의 근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아프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건과 무관하지만 BBC 다큐 '인체, 그 한계의 끝'이라는 다큐를 추천)
종합하면 판사가 세세한 정황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면 현장의 분위기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거나 판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억이 분명치 않은 것이 정상이다.

참고로, 가해자인 김교수의 진술도 번복된다.
김교수는 1심에서 판사가 상처를 입었고, 그것은 우발적인 발사였다고 주장한다. 2심에서 화살이 빗나갔다고 주장한다. .... 판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사실은 다르다. 화살이 겨눠진 자와 겨누고 있는 자가 받는 위협의 정도는 다르다) 정확한 기억이 없을 수 있음을 인정해보자. 즉, 저 진술이 거짓말이 아닌 김교수 본인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치자.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목격자와 상처에 의해 실제 발사된 석궁 화살에 의한 상처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대력금강지나)

다) 혈흔 감정 기각은 의구심이 없나?
조금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한 발 물러서서 김교수의 유죄를 인정한다.
그리고 김교수가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인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흔 감정기각 등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한다.

생각해 보자. 혈흔 감정을 해서 무엇을 증명할 것인가.
우선 생각해야 할 점은 실제로 판사 배에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판사가 피를 흘렸고, 적어도 병원에 갈 시점에서는 그 피가 묻은 옷이 있었다는 것.
증거로 제출된 옷의 혈흔이 어찌됐건 이건 사실이다.

다시 돌아가서
옷의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 해도 증명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애초에 자해든 창상이든 무관하게 판사의 피가 묻을 테니까.
만약 피해자의 피가 아니라면 누군가 증거 조작을 했다는 얘긴데, .. 누가 무엇 때문에 조작을 했을지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만약 피해자의 피가 아니라고 증명되더라도 사건 당시에 피해자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되어 있는 이상, 증거 조작과 관련한 수사 기관 내부의 누군가를 찾아내 처벌하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뿐 본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피가 묻어있는 조작이라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 판사가 조작했다.
사건 당시 판사는 빨간약을 묻혀 경비원과 김교수에게 보여 준다.
집에 가서 옷을 벗고 (옷에 피가 안묻게 조심하면서) 자해를 한다.
옷가지를 순서대로 정성스럽게 겹쳐놓고 구멍을 뚫는다.
미리? 구해두었던 다른 남자의 피를 옷에 묻힌다.
자기 피가 안묻도록 조심하면서 그 옷을 다시 입고 파카를 걸치고 병원으로 간다.

- 경찰, 검찰, 재판부가 조작했다.
원래는 (자해를 했든 맞았든) 판사의 피가 묻은 옷이 있었다.
그 옷을 증거로 수거를 안했거나 하고나서 폐기하고
다른 피를 묻힌 옷을 법정에 제출했다.
(근데 왜? 김교수를 확실히 얽어넣을려고?)

라) 상처는 자해인가 화살에 맞은 것인가
위에 대부분 나와 있는 얘기. 다시 정리하자면....
집에 가기 전에 혈흔을 봤다. 김교수도 ....

3. 비교적 해볼만한 쟁점?
판사가 화살에 맞긴 맞았지만 고의가 아니다. 우발적인 발사였다.
이게 김교수가 1심에서 주장한 건데, 이건 고려의 가치가 없어요.
이미 7차례 사전 답사, 석궁 연습, (회칼 지참)
석궁가방에서 석궁 꺼내고 화살 4개 꺼내고 화살 장전하고 안전장치 해제하고
다가간 시점에서 고의적 상해가 인정됩니다.
그 우발적 발사의 원인이 됐다는 몸싸움도 화살 겨눴을 때 피해자가 가방으로 막으려하니까 가방 치우려고 다가가서 생긴 겁니다.

김교수 말을 다 수용하더라도
말하자면 내가 화살 장전하고 땡기면 발사되게 해놓고 겨누고, 접근해서, 몸싸움 하다가 발사됐으면 그냥 고의 상해 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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