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9일 월요일

정봉주 최후 진술과 정봉주 구속 논쟁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난 2개월간 BBK와 관련되어 재판을 받으면서 참으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 재판은 불행한 재판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법정으로 가져온 것 자체가 불행한 일입니다. 국민의 명령을 받는, 국민의 대의기관이며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정치 활동을 법으로 판단하기 위해 이 법정으로 가져온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인 것입니다. 답답하긴 하지만 제 심경을 밝히고자 합니다.

사회가 투명해야 하고 국가 관리와 지도자는 정직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보여준 대목입니다. 국가와 사회가 투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를 지도하는 최고 통치자가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하고 어떠한 잣대를 들이대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가 사회가 정직하고 투명해지는 것입니다.

결국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뽑을 때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잣대가 바로 도덕성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을 뽑을 때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는 필요성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BBK 사건은 바로 이렇게 시작한 것입니다.

검찰의 주장대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갖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네거티브 캠페인을 한 것이 아닙니다. BBK는 모두가 다 알고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죄질이 나쁜 추악한 범죄로 취급되고 있는 주가조작, 횡령 사기 사건입니다. 이 BBK에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주가조작과 횡령사건의 중심에 있던 BBK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후보가 적어도 동업자이거나 아니면 실질적 소유자였을 것이라고 하는 의혹을 국민 대다수가 갖고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번 BBK 관련 국회의원 정봉주 기소 사건은 우리 정치 역사의 한 면을 장식할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김경준의 BBK는 법의 판결을 받고 있지만 ‘진실 게임 BBK’는 역사의 흐름 속에 숙제로 던져졌습니다. 국민이 진실에 목말라하고 있을 때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정상적인 정치적 행위에 대한 하나의 판례를 만드는 중요한 재판이 될 것입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편파 수사를 했거나 보복성 기소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거의 같은 내용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부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이들의 편파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저 정봉주를 기소한 것은 철저하게 보복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만들고 있습니다. 보복은 추한 것입니다. 우리가 하고자 했던 정치는 이처럼 보복 위에 피는 추한 꽃이 아닙니다. 정치는 자신의 아비인 사도세자를 죽인 반대파들도 아침저녁으로 웃으면서 얼굴을 맞대야 했던 정조의 운명처럼, 그러한 관용과 포용 위에 피는 화합의 꽃입니다. 정치가 무한 화합과 무한 관용 위에 설 때 국민 입가에 웃음이 돌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진정으로 법이 살아 있음을, 정의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믿고 싶습니다. 국민의 명령을 받아 대통령 후보의 검증이라는 지극히 정당한 정치적 활동에 대해 그것도 철저하게 자료에 근거했던 가장 정상적인 정치 활동을 형사법이라는 이름으로 족쇄를 채우려 한다면 사회의 가장 높은 경쟁력인 도덕성은 어떻게 찾겠습니까? 국회의원의 도덕성 검증을 위한 정치적 표현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인 투명성, 정직성은 어디에서 찾겠습니까?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가의 도덕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도자의 도덕성을 검증하려 했던,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정직성, 투명성을 높이려 했던 젊은 정치인의 진심이, 그 열정이 꺾이지 않도록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도덕성 위에, 투명성 위에, 정직함 위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고 더 힘찬 내일이 있다는 믿음이 꺾이질 않도록 부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길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 드리겠습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정봉주


--

우선, 아래 판결문 포스팅에도 있지만, 최후 진술의 첫 단락에 대해 완전히 동의한다.

이 재판은 불행한 재판이고, 한국의 사법-정치-시민사회가 낙후되어있음을 보여 준다.

이 정도의 정치적 행위는 - 엄격하게는 법조문과 다소 상충될 수 있어도 - 시민 사회 내지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문제는 다음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갖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키기 위해 네거티브 캠페인을 한 것이 아닙니다. ......던 BBK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후보가 적어도 동업자이거나 아니면 실질적 소유자였을 것이라고 하는 의혹을 국민 대다수가 갖고 있었습니다.]

- 정봉주가 가진 것은 의혹이다. 적어도 의혹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거의 같은 내용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내부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이들의 편파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주장이라는 것은 한나라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 때 박근혜 측에서 제기한 것이다.

문제는 이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혹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명박은 당연히 부인했고,


이 시점에서 '아무리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기한 것을 재탕한다는 것은 '이미 부인된, 더이상 증명할 길 없는' 의혹의 리바이벌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 필요한 것은 더 구체적인, 지난번에는 증명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증명할 수 있는, 사실적 증거이다. (의심가는 정황이 아니고 말이다.)


사실 검찰 진술에서 정봉주 스스로 '이명박이 BBK의 소유주로 밝혀진다한들, 이명박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고 연결시키기 힘들다'고 진술했다. 결국 증명할 길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아래 포스팅 판결문에도 있지만, 정봉주 정도의 학력, 지위 등을 감안하여 볼 때 '본인 스스로는 사실로 확신하였다'고 주장하더라도 (주장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이 의혹 제기가 과연 한나라당 경선 당시의 리바이벌 이상으로 증명될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의도적 허위사실 제기가 성립한다.


그리고 나서 (아마 위 사실에서 밀릴 것을 감안한) 정봉주가 다투고자 하는 것은 자신의 BBK 의혹 제기가 정상적 정치 활동, 지도자에 대한 도덕성 검증 활동이었다고 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법원은 상대 후보의 낙선을 위한 정략적 기동으로 판단한 것 같다. 이것은 사실 당시의 정황이나 '스나이퍼'를 자처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의혹 - 정말 사실일 것 같지만 증명할 길이 없는, 따라서 허위일 수 있음을 인지한 의혹 - 을 정략적으로 제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이 주가 조작에 관여했다는 확고부동한 - 적어도 계좌상 돈의 흐름이라든지 하는 - 증거를 갖추지 못한 채 박근혜의 이론에 몇몇 정황 증거를 덧붙여 BBK를 가지고 '저격'하려 했던 것은 안타깝지만 무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결론 계속 반복이지만, 이 정치활동이 법정에 선다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정법은 실정법이다. 법안 개정 논의를 하고, 좀더 유연하게 적용해 줄 것을 바랄 수 있지만 현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걸리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꼼수 애청자들이 한가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 재판에 대해 부당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크게 두 갈래가 있다.

하나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 혹 허위 사실일 지라도 - 이러한 정치 활동을 법으로 구속하면 안된다는 측이다. 여러번 밝혔지만, 일리가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나는 BBK는 모두 사실로 증명했지만, 검찰과 법원이 손잡고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앞의 정치 활동 허용 측면에서 부당한 판결이라고 보는 법조인도 이 부분은 "고지식하게 구식의 판례를 적용했을 뿐" 과도하거나 왜곡이라고 하진 않는다.


이 점은 구분하고 넘어가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