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7일 금요일

석궁 사건 정리

참고할 페이지
김명호 교수가 만든 홈페이지. http://seokgung.org/ 왠만한 건 여기 다 있음.

0. 승진 및 재임용 탈락의 건
성대의 김교수 평정
[(가) 비(B)로평정한 항목
1) 학문연구 능력과 실적
2)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도
3) 근무상황 : 타대학 출강상황, 본직이외 업무의 종사관계
4) 기타사항 : 개인생활의 청렴도, 준법정신

(나) 디(D)로평정한 항목
1) 교수로서의 기본적 자질 :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2) 교수(강의)능력과 실적 : 교수능력, 수업이행상태, 수업효과, 학습자료 활용도
3) 학생지도능력과 실적 : 분담 지도실적,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 및 자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과 실적, 학내외 행사참여 및 지도실적
4) 근무상황 : 출근상황, 근무자세
5) 기타사항 : 학내.학과내의 인화관계, 불평.불만 습성적 소유여부

(다) 이(E)로평정한 항목
1) 근무상황 : 상벌관계
2) 기타사항 : 본교 발전을 위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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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재임용 소송의 성격이 나옵니다.
교육자적 자질과 근무 자세가 재임용 탈락할 만큼 안좋은 게 사실인가 아닌가.

물론, 제도상의 하자를 지적하는 차원에서 '주관성이 가미되는 자질이라던가 하는 것이 재임용 탈락 사유로 포함되는 것이 옳은가, 재단측의 입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도 정당한 문제제기일 수 있지만 이 사건 판결의 공정성 여부와는 거리가 있다.

이 재판에서 김교수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혼자 변론하다가 패소한다. 사실 이 재판의 핵심적인 문제는 이거라고 생각된다.
[나:"저는 할 말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파악하셨습니까?"(주: 4월 7일에도 물었던 질문)] 라고 판사한테 자주 따지는데, 이 부분이 문제였던 것.
김교수는 이 사건은 수학문제 오류 지적에 대한 성대의 부당한 보복이라고만 판단하고 있을뿐 나머지 부분은 중요치 않다고 본 것 같다. 그런데 법원과 피고(성대)가 자꾸 강의실에서 욕했네, 교수회의 안나갔네 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들먹거리니까 둘이 짜고 자신을 모함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한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수학 문제 오류 지적이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이미 증명했다는 사실일 것인데 말이다.....
아무튼 이정렬 판사가 회고하는 당시 재판부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변호사만 임용했으면 김교수가 이길 수도 있는 재판이었다.
아무튼 김교수는 변호사 없이 자신의 수학자로서의 훌륭함 만을 입증하다가, 교육자적 자질과 근무 평정을 근거로 한 성대측의 주장을 뒤집지 못하고 패소했다.

그 다음 문제의 사건이 일어나는데,

1. 공히 인정되는 사실
김교수는 박판사의 집에 수차례 사전 답사하면서 귀가 시간을 조사.
김교수가 석궁과 회칼, 노끈을 지참하고 박판사 아파트 계단에 잠복
박판사 귀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김교수가 안전장치가 해제된 석궁을 들고 2층 계단에서 등장 (장전시 자동으로 잠금장치 잠김)
박판사가 가방으로 방어자세를 취하자 가방을 치우려고 접근
화살이 발사됨. (김교수에 따르면 우발적으로)
둘이 몸싸움. 같이 넘어짐.
경비원과 운전사가 뛰어옴. 둘을 떼어놓고 4명이 현관 밖으로 나감.
이때 경비원이 판사 배에서 혈흔을 봄 (혈흔 확인 시점을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경비원 증언 http://news.nate.com/view/20120127n21178, 1심에서 김교수의 증언 등 현관에서 확인)
판사가 119 전화를 부탁한 후 도망 못가게 하라고 하고 파카로 갈아입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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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판사 배의 상처가 석궁에 의해 났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점은 1심까지 김교수도 인정했던 것으로, 1심에서 김교수는 위협할 생각뿐이었으며 고의로 상처를 입힌 게 아니라고 주장.
2심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자해설을 주장했는데, 공판 기록을 보면 그냥 '내뱉었다'는 쪽에 가까운 듯
요컨대, 석궁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접근해서 싸웠고, 피해자에게 창상이 났고, 현장에서 창상을 목격한 목격자까지 있다는 것. 이것으로 상해 유죄 종료임

2. 제기되는 (헛된) 의문
* 부러진 화살은 어디로 갔는가?, 피해자 판사의 진술은 왜 번복되는가? 혈흔 감정은 왜 기각했는가?, 상처는 과연 석궁에 맞은 것인가?(혹은 자해인가?)

우선, 위 1항의 상황에서 김교수의 화살에 맞은 상처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다시 말하자면 [석궁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접근해서 싸웠고, 피해자에게 창상이 났고, 현장에서 창상을 목격한 목격자까지 있다는 것. ] 뒤에 설명하겠지만, 다른 모든 의문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는 한 별 의미가 없다. 즉, 다른 의문이 설득력, 설득력은 둘째치고 어떤 살펴보아야 할 중요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1항의 상황으로부터 판사가 당시에 상처입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성립시켜야 한다.

가) 화살 실종
수사기관의 실수나 과실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위에 말했듯이 사건의 본질과 관계가 없다. 화살이 없다는 점으로부터 뭘 입증할 수 있는가? 판사의 상처가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로 생긴 것이 아니다?
석궁에 안전장치 해제하고 접근해서 싸웠고, 피해자에게 창상이 났고, 현장에서 창상을 목격한목격자가 있다. 이 상처는 어디에서 어떻게 생긴 것인가? 창상은 현장에서 생긴 것이고 화살의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상처를 냈음이 입증된다.
(이정도를 부정할 수준의 사람이라면, 화살이 있다 해도 그 화살이 그 화살이 맞느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혈흔이 묻은 화살이 발견된다면? 검찰에서 조작했다고 의심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의심을 해소해 줄만큼 명쾌하게 증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 다른 가능성이라면 이렇다.
판사는 평소에 인공 혈액을 가지고 다닌다. 아니면 김교수 주장처럼 빨간약을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흉기를 가진 가해자가 접근하여 화살이 빗나가고, 둘이 몸싸움을 한다. (판사가 밑에 깔렸다.) 경비원과 운전사가 와서 둘을 떼어 놓는다. 몸싸움에서 둘을 떼어놓고 하는 사이 어느 때 쯤 순간적으로 배에 빨간약을 뿌린다. 경비원과 김교수가 본 것은 그 빨간 약이다. 그리고 판사는 집에 갔다오는 3~5분 사이에 자해를 한다. 병원에 간다.
이 문제는 뒤의 혈흔 문제와 연결되는데, 자해를 하면서 옷위로 뚫어서 상처를 냈을 수도 있고 (이 경우 혈흔 감정은 당연히 필요 없다.) 옷을 걷고 몸에만 자해를 했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가능성이라면 판사가 평소에 대력금강지나 응조공같은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석궁이 겨눠지고 피해자와 옥신각신하는 사이 손가락에 공력을 모았는데 넘어지면서 자기 배를 손가락으로 찌른 것이다. 이 경우 그정도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왜 밑에 깔렸고, 김교수에게는 상처를 못입혔는지 의문스럽다. 하지만 평소 자해 공갈을 위해 빨간약을 가지고 다닌 것 만큼의 가능성은 있다.

나) 판사의 진술 번복
번복되는 진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어느 시점에 화살을 맞았는가 하는 점. 가해자가 계단 중간에서 쐈다. 내려와서 쐈다. 정확히 어느 거리 어느 시점에서 쐈는지 잘 모른다.
두번째는 번복이라기보다 당시의 증언의 차이인데, 구급차에서는 화살이 튕겨나갔다고 했고, 병원에서는 화살에 맞았다고 했다.

첫번째 진술 번복은 번복이라고 할 것이 없다. 정확히 어느 거리 어느 시점에서 쏜지 기억이 잘 안난다는 얘기일 뿐 김교수가 화살을 쏴서 내가 맞았다는 점은 불변이다.
두번째 진술에서 구급차에서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목숨이 오락가락했던 상황에서 모든 점에 부합된 진술을 한다면 오히려 그게 의심스러울 수 있다.

인간 정신의 속성상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응전 태세에 돌입하면 생명과 무관한 자잘한 사항에 대해서는 기억을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생명의 위협까지 가지 않더라도 어떤 사실에 집중하면 주변 상황이 무시된다. (사건과 무관하지만 BBC 다큐 Is Seeing Believing을 추천)
판사의 경우 화살에 맞을 지 모른다는 생명의 위협, 화살이 발사된 후 곧바로 육박전에 돌입한 생명의 위협 때문에 이미 생명위협의 가능성이 사라진 화살에 대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 못하는 것이 맞다.
김교수가 빗나갔다고 하는 주장 중에 '판사의 힘이 빠지지 않고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화살 이후에도 맞아 싸워야 할 위협의 근원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아프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건과 무관하지만 BBC 다큐 '인체, 그 한계의 끝'이라는 다큐를 추천)
종합하면 판사가 세세한 정황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면 현장의 분위기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거나 판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기억이 분명치 않은 것이 정상이다.

참고로, 가해자인 김교수의 진술도 번복된다.
김교수는 1심에서 판사가 상처를 입었고, 그것은 우발적인 발사였다고 주장한다. 2심에서 화살이 빗나갔다고 주장한다. .... 판사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서 (사실은 다르다. 화살이 겨눠진 자와 겨누고 있는 자가 받는 위협의 정도는 다르다) 정확한 기억이 없을 수 있음을 인정해보자. 즉, 저 진술이 거짓말이 아닌 김교수 본인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치자.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목격자와 상처에 의해 실제 발사된 석궁 화살에 의한 상처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대력금강지나)

다) 혈흔 감정 기각은 의구심이 없나?
조금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은 한 발 물러서서 김교수의 유죄를 인정한다.
그리고 김교수가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까지 인정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흔 감정기각 등 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한다.

생각해 보자. 혈흔 감정을 해서 무엇을 증명할 것인가.
우선 생각해야 할 점은 실제로 판사 배에 상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판사가 피를 흘렸고, 적어도 병원에 갈 시점에서는 그 피가 묻은 옷이 있었다는 것.
증거로 제출된 옷의 혈흔이 어찌됐건 이건 사실이다.

다시 돌아가서
옷의 혈흔이 피해자의 것이라 해도 증명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애초에 자해든 창상이든 무관하게 판사의 피가 묻을 테니까.
만약 피해자의 피가 아니라면 누군가 증거 조작을 했다는 얘긴데, .. 누가 무엇 때문에 조작을 했을지 참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만약 피해자의 피가 아니라고 증명되더라도 사건 당시에 피해자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되어 있는 이상, 증거 조작과 관련한 수사 기관 내부의 누군가를 찾아내 처벌하는 새로운 사건이 발생할 뿐 본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피가 묻어있는 조작이라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 판사가 조작했다.
사건 당시 판사는 빨간약을 묻혀 경비원과 김교수에게 보여 준다.
집에 가서 옷을 벗고 (옷에 피가 안묻게 조심하면서) 자해를 한다.
옷가지를 순서대로 정성스럽게 겹쳐놓고 구멍을 뚫는다.
미리? 구해두었던 다른 남자의 피를 옷에 묻힌다.
자기 피가 안묻도록 조심하면서 그 옷을 다시 입고 파카를 걸치고 병원으로 간다.

- 경찰, 검찰, 재판부가 조작했다.
원래는 (자해를 했든 맞았든) 판사의 피가 묻은 옷이 있었다.
그 옷을 증거로 수거를 안했거나 하고나서 폐기하고
다른 피를 묻힌 옷을 법정에 제출했다.
(근데 왜? 김교수를 확실히 얽어넣을려고?)

라) 상처는 자해인가 화살에 맞은 것인가
위에 대부분 나와 있는 얘기. 다시 정리하자면....
집에 가기 전에 혈흔을 봤다. 김교수도 ....

3. 비교적 해볼만한 쟁점?
판사가 화살에 맞긴 맞았지만 고의가 아니다. 우발적인 발사였다.
이게 김교수가 1심에서 주장한 건데, 이건 고려의 가치가 없어요.
이미 7차례 사전 답사, 석궁 연습, (회칼 지참)
석궁가방에서 석궁 꺼내고 화살 4개 꺼내고 화살 장전하고 안전장치 해제하고
다가간 시점에서 고의적 상해가 인정됩니다.
그 우발적 발사의 원인이 됐다는 몸싸움도 화살 겨눴을 때 피해자가 가방으로 막으려하니까 가방 치우려고 다가가서 생긴 겁니다.

김교수 말을 다 수용하더라도
말하자면 내가 화살 장전하고 땡기면 발사되게 해놓고 겨누고, 접근해서, 몸싸움 하다가 발사됐으면 그냥 고의 상해 인정입니다.



석궁 교수 최초 목격자 인터뷰


'석궁 사건'의 최초 목격자인 김모(66) 씨는 "김명호 씨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라고 했지만, 영화가 개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건이 일어난 2007년 1월 15일, 박홍우 판사의 아파트 경비원이던 김 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더이상 그때 일을 말하고 싶지 않다'던 김 씨는 조금씩 입을 열다 점차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처를 낸 사람은 안 그랬다고 하고 다친 사람은 말 없이 가만이 있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건 당시 지하실에서 저녁 식사 설거지를 하고 있던 그는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1층으로 올라왔다.

"우당탕탕 소리가 나서 올라와보니 두 사람이 넘어져 있어. 살펴보니 판사님이길래, 왜 그러냐고 하니까 판사님이 '(김명호 전 교수가) 못 도망가게 잡으라'고 하더라고."

김 씨가 김 전 교수를 잡은 채로 세 사람은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왔고 그 무렵 박홍우 판사의 운전기사도 달려왔다.

그때 박 판사가 배를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본 김 씨가 '어디를 다치셨냐'고 물었고, 그제야 박 판사는 상의를 들춰 복부에 난 상처를 확인했다.

김 씨는 특히 "화살 촉 자국이 있었고 김명호 전 교수도 그걸(상처 자국) 봤다"면서 "내가 '이렇게 하면 되겠냐'고 물으니 '골치 아프게 생겼네'라고 혼잣말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 측이 주장하는 자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2~3분 동안 어떻게 옷을 다 찢어서 자해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2012년 1월 20일 금요일

석궁판사 1심 판결문

주 문
1. 원고의 항소 및 당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모두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가 1996. 3. 1. 원고에 대하여 한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하며, 원고가 1996. 3. 1.부터 피고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교수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원고는 당초에 위 거부결정의 취소와 위 교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였다가 당심에서 위 취소를 구하는 부분을 위 거부결정이 무효임의 확인을 구하는 것으로 소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6, 10, 19, 22, 23호증, 을 제2호증, 을 제6호증의 3, 을 제14호증의 1, 을 제15호증의 1 내지 11, 을 제16호증, 을 제20호증의 4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는 △△△대학교를 설치.운영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미합중국 미시간대학교에서 1988. 5.경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91. 3. 1. 피고 산하 △△△대학교의 이과대학 수학과 조교수로 신규임용되었다가, 1993. 3. 1. 임기를 3년간으로 정하여 재임용되어 1996. 2. 29.까지 6년간 위 학교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나서,1996. 3. 1. 조교수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한 자이다.
나.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의 경과
(1) 징계처분 이전의 경과
(가) 원고는 1995. 1.경 실시된 위 학교의 신입생선발을 위한 대학별고사의 수학과목 채점위원으로서 수험생들의 답안을 채점하는 과정에서, 시험문제 중 "수학2" 과목의 주관식 7번 공간벡터에 대한 증명에 관한 문제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 문제에 대하여는 정답이 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모든 수험생들에게 일률적으로 0점 또는 만점인 15점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출제상의 오류를 시정할 것을 주장하였다.
(나) △△△대학교 수학과의 학과장인 채○○ 교수와 위 문제의 출제자인 이우영 교수는 채점위원들에게 수정된 모범답안을 제시하면서 원고에게 그에 따라 채점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당초의 의사를 철회하지 아니한 원고에 의하여 거부당하였고, 위 학교당국은 위 문제에 아무런 오류가 없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표명함과 아울러, 원고를 위 채점과정에서 배제시켰다.
( 다) 원고는, 그가 제기한 위 문제의 오류를 확인하기 위하여 서울대학교 수학과 소속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위 문제에 오류가 있는지의 여부를 문의하였고, 이에 원고를 제외한 위 학교 수학과의 다른 교수들(이하 편의상 '수학과 교수들'이라고만 한다)은, 원고가 그 주장을 외부에 유포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위 학교를 곤경에 처하게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 라) 수학과 교수들은 1995. 5 .경부터 1995. 7. 19.에 이르기까지의 기간 동안, 피고의 교원징계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사유를 들어 원고에 대한 징계를 청원하였고, 피고는 이와 같은 징계청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1) 해교행위 : 재학생의 본교 대학원 진학 방해, 수학과는 망했다, 학과를 파괴하겠다고 호언, 입학시험 채점업무 시 배타적인 태도로 혼란을 야기, ' 성대수학과 대학원생들은 쭉정이들이다'라고 비교육적 언사를 자행
2) 학사질서 문란행위 : 학생에게 전혀 수업없이 성적 부과, 오후출강 및 강의시간 배정요구
3) 타교수 비방 : 공개적인 타교수 비방, 교원 충원과 관련된 인사문제에 관한 학과 교수회의 내용에 관하여 근거 없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유포
4) 교육자로서의 자질 의혹 : 대학원 박사과정의 학생 지도를 회피, 학과 전체 교수회의에서의 폭언
(마) 위 학교측은, 총장의 입회하에 수학과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하여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자는 뜻을 원고를 비롯한 수학과 교수들에게 전달하였고, 이에 원고도 동의하였으나, 다시 원고가 무절제한 언동을 행하고, 총장에 대하여 항의서한을 발송하는 등 학교의 명예를 손상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하였다.
(2) 징계처분의 경과
( 가) 7 인(이사 2인, 교수 5인)의 징계위원으로 구성된 피고의 교원 징계위원회는 1995. 하반기 중에 총 6회의 징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여 징계청원사유에 관한 원고의 의견을 듣고, 위학교 수학과 학생들의 증언을 들은 후,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를 들어 원고에 대하여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다.
1) 필수이수과목의 수강생에 대한 성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가) 1993학년 2학기 위상수학 II과목에서, 수강생 대부분에게 일률적으로 동일한 점수(B+)를 부과함.
나) 1995학년 1학기 위상수학 I과목에서, 수차에 걸쳐 성적기록표의 성적을 정정하면서 과반수 이상의 수강생들에게 낙제점수(F)를 부과함.
다)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는 성적평가로 인하여 학생들의 수강기피 현상을 초래하게 하여(1993학년 2학기 수학 II과목의 경우 14명이 수강철회, 1994학년 2학기 수학 II과목의 경우 수강생 55명 중32명이 수강철회) 학사행정에 혼란을 초래함.
라) 1994학년 2학기 수학 II과목, 1995학년 1학기 위상수학 I과목에서, 학업성적은 학칙에 정해진 성적평가방법에 따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인 평가방법에 의한 성적기록표를 작성하여 제출함.
마) 해당과목 총 수업시간수의 2/3 이상을 출석하여야 그 과목의 시험에 응할 자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석 없이도 성적을 주겠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실제로 전혀 출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등, 학칙과 복무규정에 위반함.
2) 최근3 년간정당한 이유 없이 1년에 1회 개최되는 전체교수회의에 출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993. 이후 교수의 직무와 관련된 학과교수회의에 거의 불참하는 등 직무태만 내지 직무상 의무에 위반함.
3) 교육자로서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수업시간에 함부로 하거나 공개적으로 동료교수를 비방 또는 학사업무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대학본부에 내용증명우편을 계속하여 발송하는 등 교수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함.
( 나) 피고는 위와 같은 교원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1995. 12. 12. 원고에게 위와 같은 징계의결사실을 통지하였다.
(다) 원고는 피고의 위 징계처분에 대하여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고, 위위원회는 1996. 3. 5.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 중, '원고가 수업시간에 거의 출석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에 출석을 한번도 하지 아니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만을 인정하고, '수업 중에 욕설, 동료교수 비방을 행하였다는 점, 교수의 품위를 손상하였다는 점'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였으며, 나머지 징계사유에 관하여는 피고가 원고에게 송부하였던 징계사유설명서에 그 징계사유들이 기재되지 아니하였다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징계사유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정직 3월의 징계처분을 견책으로 변경하였다.
다. 원고의 부교수승진탈락
원고는 1995. 4. 및 1995. 10. △△△대학교의 부교수 승진대상자로서 피고에 대하여 부교수승진 임용신청을 하였으나, 피고 산하 연구실적심사위원회는 원고의 연구실적이 승진평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하였고, 이에 피고는 원고를 승진임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라. 원고에 대한 재임용거부
(1) 교원의 재임용에 관한 피고 내부의 절차
( 가) 피고내부의 규정
1) 피고의 정관은 위 학교 소속 교원에 대한 재임용절차에 관하여, 학교의 교원은 학교의 장이 임명하고(제43조 제3항), 학교의 장이 교원을 임명하고자 할 때에는 교원인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제43조 제5항), 교원인사위원회는 학교의 장이 교원을 임면하고자 할 때의 임면동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고(제52조 제1항 제1호), 인사위원회가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교원에 대하여 임명의 동의를 함에 있어서 ①전(前)임용기간중의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 ② 학생의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③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등의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제53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2) 피고의 교원인사규정은, 교원의 재임용에 관한 연구실적을 평가하기 위하여 동일 전공분야의 권위있는 교내외 교수 중에서 당해 학장의 추천으로 총장이 위촉하는 3인의 교원으로 구성되는 연구실적 심사위원회를 두고(제19, 20조), 연구실적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 결과는 당해 대학원장, 대학장이 의견서를 첨부하여 교원인사위원회에 제출(제23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나) 규정에 따른 절차
1) 위와같은규정에 따라 위 학교 소속 교원 중 재임용대상자가 있는 경우, 위 학교 교무처는 재임용대상자에게 연구실적물을 제출할 것을 통보하고, 재임용대상자로부터 연구실적물이 제출되면, 재임용대상자의 소속 대학 학장에게 재임용을 위한 심사평정을 의뢰한다.
2) 위의뢰를 받은 대학장은 재임용대상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30개 항목에 관하여 최고점 A부터 최저점 E까지의 점수를 부여하고 이를 종합하여 재임용대상자가 재임용적격자인지의 여부를 판정한 교수재임용심사평정표를 작성한 후 이를 위 학교 총장에게 송부한다.
가) 교수로서의 기본적 자질 :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건강상태
나) 학문연구 능력과 실적 : 연구능력, 연구실적, 학문연구에 대한 발전성, 국내외 학술활동(학회 등), 외국어 능력
다) 교수(강의)능력과 실적 : 교수능력, 수업이행상태, 수업효과, 학습자료 활용도
라) 학생지도능력과 실적 : 분담 지도실적,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 및 자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과 실적, 학내외 행사참여 및 지도실적
마)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도 : 국가사회발전에 학문적으로 참여한 실적,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기여도, 건전한 국가관의 확립
바) 근무상황 : 출근상황, 근무자세, 타대학 출강상황, 본직이외 업무의 종사관계, 상벌관계
사) 기타사항 : 학내.학과내의 인화관계, 불평.불만 습성적 소유여부, 개인생활의 청렴도, 준법정신, 본교 발전을 위한 노력
3) 교원인사위원회는 대학장의 위와 같은 심사평정결과를 기초로 하여 재임용대상자를 재임용할 것인지의 여부를 심의한 후 그 결과를 피고의 이사회에 보고하고, 위학교의 총장은 피고의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교원의 재임용여부를 결정한다.
(2) 원고의 연구실적 제출과 피고의 판단
( 가) 피고는 1995. 11. 24. 경원고를 비롯하여 임용기간이 1996. 2. 29.로 만료되는 교원들에 대하여, 재임용 여부의 심사를 위한 연구실적목록(현 임용기간 중에 발표된 연구실적 200% 이상)과 연구실적물(위 연구실적의 증빙자료로서 연구실적이 게재된 학술지 원본이나 별쇄본)을 1995. 12. 12.까지 △△△대학교 교무과로 제출할 것을 통보하였다.
(나) 원고는 재임용심사를 위한 연구실적으로서 △△△대학교에 다음과 같은 논문을 제출하였다.
1) 논아벨리언 천-사이몬 입자들의 페이스 스페이스 구조(Phase space structure of non-Abelian Chern-Simmons Particles) : 1994. 8. 미국 '수리물리'지(Journal of Mathematical Ph ysics)에 발표
2) 복수 프로젝트 공간과 세미클래시컬 이그잭트니스에 대한 액션 앵글 변수들(Action angle Variables for complex projective space and semiclassical exactness) : 1994. 11. '현대물리학(Modern Physics Letters )'에 발표
3) 프래그 다양체 상의 인테그러블 시스템과 코히런트 상태 패스인테그랄(Integrable systems on flag manifold and coherent state path-integral) : 1995. '현대물리학(Modern Physics L etters)'에 발표
(2) 평정권자의 평정
원고에 대한 재임용심사를 위한 평정권자인 위 학교 이과대학장은 원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평정을 하고, 1996. 1. 26. 그결과를 위 학교 총장에게 보고하였다.
( 가) 비(B) 로평정한 항목1) 학문연구 능력과 실적 : 연구능력, 연구실적, 학문연구에 대한 발전성, 국내외 학술활동(학회 등), 외국어 능력
2) 국가사회에 대한 기여도 : 국가사회발전에 학문적으로 참여한 실적, 국가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 지역사회발전을 위한 기여도, 건전한 국가관의 확립
3) 근무상황 : 타대학 출강상황, 본직이외 업무의 종사관계
4) 기타사항 : 개인생활의 청렴도, 준법정신
( 나) 디(D) 로평정한 항목
1) 교수로서의 기본적 자질 :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2) 교수( 강의) 능력과 실적 : 교수능력, 수업이행상태, 수업효과, 학습자료 활용도
3) 학생지도능력과 실적 : 분담 지도실적, 학생지도에 대한 열의 및 자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과 실적, 학내외 행사참여 및 지도실적
4) 근무상황 : 출근상황, 근무자세
5) 기타사항 : 학내.학과내의 인화관계, 불평.불만 습성적 소유여부
( 다) 이(E) 로평정한 항목
1) 근무상황 : 상벌관계
2) 기타사항 : 본교 발전을 위한 노력
(3) 원고의 재임용 탈락
위학교교원인사위원회는 위 평정결과에 터잡아 1996. 2. 2. 만장일치로 원고를 재임용에서 제외하기로 하였고, 피고의 이사회 또한 1996. 2. 12. 만장일치로 원고를 재임용에서 제외할 것을 의결하였으며, 위학교 총장은 1996. 3. 1. 원고가 재임용심사에서 탈락하였음을 이유로 원고를 조교수로서 재임용하지 아니하기로 결정(이하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라 한다)하였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서,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다음과 같은 사유로 무효이고, 이를 전제로 원고에 대한 임용기간이 도과되었다는 사유만으로는 원고가 위 학교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무효와 그가 피고 운영의 △△△대학교의 교수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각 확인을 구한다고 주장한다.
(1) 이사건재임용거부결정이 사립학교법(2005. 1. 27. 법률 제7352호로 개정된 것, 이하 '현행 사립학교법'이라고만 한다) 제53조의 2 소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무효라는 주장
헌법재판소는 2003. 2. 27. 사립대학교원에 대한 기간임용제를 규정한 사립학교법(1997. 1. 13. 법률 제52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사립학교법'이라고만한다) 제53조의 2 제3항에 대하여,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교원을 별다른 하자가 없는한 다시 임용하여야 하는지의 여부 및 재임용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는 기준이나 요건, 그 사유의 사전통지 절차, 부당한 재임용 거부의 구제에 관한 절차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는 바, 헌법불합치결정도 위헌결정의 경우와 같은 범위에서 소급효가 인정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은 결정 이후에 제소된 사건에도 미치는 것이며, 위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구 사립학교법은 현행 사립학교법으로 개정되었는데, 현행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는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의 재임용과 관련하여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의 임면권자는 당해 교원의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때에는 임용기간 만료일 4월 전까지 임용기간이 만료된다는 사실과 재임용심의를 신청할 수 있음을 통지하여야 하고(제4항), 그 통지를 받은 교원이 재임용을 받고자 하는 경우에는 재임용심의를 임면권자에게 신청하여야 하며(제5항), 그 재임용심의를 신청받은 임면권자는 교원인사위원회의 재임용심의를 거쳐 재임용 여부를 결정하고 그 사실을 임용기간 만료일 2월 전까지 당해 교원에게 통지하여야 하고, 이경우 당해 교원을 재임용하지 아니하기로 결정한 때에는 재임용하지 아니하겠다는 의사와 재임용 거부사유를 명시하여 통지하여야 하며(제6항), 교원인사위원회가 당해 교원에 대한 재임용 여부를 심의함에 있어서는 학생교육, 학문연구, 학생지도에 관한 사항에 대한 평가 등 객관적인 사유로서 학칙이 정하는 사유에 근거하여야 하고, 심의과정에서는 15일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당해 교원에게 지정된 기일에 교원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거나 서면에 의한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제7항), 재임용이 거부된 교원이 재임용거부처분에 대하여 불복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그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7조 규정에 의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제8항)'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헌법재판소의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효력은 이 사건에 대하여도 소급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데,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위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정된 현행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임용심사의 절차를 따르지 아니하였으므로 무효이다.
(2) 이사건재임용거부결정이 피고의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주장
재임용대상교원은 재임용심사를 받음에 있어 합리적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받을 조리상의 권리를 가지고, 대학당국은 재임용심사 대상자인 교원이 그 심사기준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당해 교원에 대한 재임용 결정을 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가 있는바, 임용권자의 재임용거부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거치지 않는 등의 사유로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재임용거부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인데,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아래와 같은 사정으로 무효이다.
( 가) 이 사건재임용거부결정의 동기
피고가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을 하게 된 동기는, 원고가 위와 같이 위 학교 1995년도 대학별고사 입시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데 대한 보복을 위한 것이다.
( 나) 이 사건재임용거부결정의 하자
1) 학문연구능력과 실적에 대한 평가상의 하자
가) 절차상의 하자
피고는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을 함에 있어서, 교원인사규정에 따른 연구실적 심사위원을 선정하지도 아니하였고, 원고가 제출한 논문에 대한 연구실적 심사위원회의 구체적인 심사결과와 대학원장, 대학장의 의견서가 작성.제출된 바도 없다.
나) 실체상의 하자
원고가 이 사건 재임용 심사를 받기 위하여 제출한 논문 3편은 모두 사이언스 사이테이션 인덱스{Science Citation Index(SCI, 이하 '에스씨아이'라 한다)}에 가입되어 있는 미합중국 '수리물리'지와 '현대물리학'지에 실린 것으로서, △△△대학교 이과대학의 '교수 연구업적 평가에 관한 내규'에 의하더라도 이와 같은 논문집에 실린 논문은 가장 큰 가중치인 2.0을 적용하게 되어 있는 등 우수한 논문으로 평가되는 것인데, 피고는 아무런 합리적 이유없이 원고가 제출한 위 논문들에 대하여 부적격 판정을 함으로써, 재임용심사과정에서 원고의 연구실적을 0%로 평가하였다.
2) 원고에 대한 평정상의 하자
원고에 대한 평정권자인 위 학교 이과대학장은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기초가 된 원고에 대한 평정을 함에 있어 원고에 대한 위 징계자료를 그 기초로 삼았는데,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에 있어 인정된 징계원인사실은 원고가 수업시간에 거의 출석을 부르지 않았기 때문에 출석을 한 번도 하지 아니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한 경우가 있었다는 점뿐이므로, 그이외의 사유를 들어 행한 원고에 대한 평정은 무효이고, 그에 터잡은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 또한 무효이다.
나. 피고의 주장
(1) 부적법한 소라는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 또는 교육인적자원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재심 또는 소청심사를 제기하였다가 모두 각하결정을 받고도 그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였는 바, 교수재임용심사에 불복하려는 사람은 위 결정에 대하여 재심청구나 행정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권리침해를 구제받아야 하고 민사소송으로 교수지위의 확인을 구할 수는 없으므로, 이사건 소는 부적법하다.
(2) 이 사건재임용거부결정이 유효하다는 주장
1996년도 교원 재임용 심사시 원고를 포함한 재임용 대상 교원에 대하여 피고의 정관 및 인사관리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쳐 평가하였는데, 원고는 학생평가시 필수 이수과목에 대하여 전혀 출석하지 아니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등으로 학칙과 복무규정을 위반하였고, 교수회의에 대부분 불참하는 등 직무에 태만하였으며, 동료 교수를 공연히 비방하는 등 교수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재임용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므로,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피고에게 주어진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적법한 것이다(원고는 피고 제출의 2006. 11. 3 .자 준비서면에 기재된 주장에 대하여 그것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바, 피고가 이 법원이 정한 준비서면의 제출기한을 어겨 위 준비서면을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피고가 제1심에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정당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그 주장이 각하되지 아니한 채 항소심인 이 법원에까지 유지되어 있으며, 위와 같이 제출기한을 어겨 제출된 준비서면에서는 위 주장취지를 좀더 명확히 하는 주장을 하였을 뿐이지 새로운 주장을 한 것은 아니므로, 위와 같이 정리된 피고의 주장을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이라 할 수는 없다).
3.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을제1 호증의 1, 2 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1996. 3. 13.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 구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2001. 1. 29. 법률 제64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교원지위법'이라 한다)에 따라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나 1996. 4. 23. 각하결정을 받은 사실, 원고는 다시 2005. 2. 25.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에 대하여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이하 '현행교원지위법'이라고만 한다)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05. 4. 4. 위위원회로부터 다시 각하결정을 받은 사실, 원고는 위 각 결정서의 송달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각 결정이 확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나. 그런데, 구교원지위법 및 현행 교원지위법 제1조가 '이 법은 교원에 대한 예우 및 처우를 개선하고 신분보장을 강화함으로써 교원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교육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그 법의 목적을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각법 소정의 재심 또는 소청심사는 교원에 대하여 특별히 인정된 징계처분 기타 그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분에 대한 불복방법으로서, 그러한 불복방법이 있다고 하여 위 결정에 대한 불복이 아닌 처분 자체에 대하여 소송의 방법으로 불복하는 것이 배제된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원고와 같은 사립학교교원에 대한 임용계약의 법적 성질은 사법(私法)상의 고용계약에 해당하여(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55571 판결 등 참조), 재임용에서 탈락된 사립학교교원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재임용거부결정의 효력을 다투기 위하여는 민사소송절차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원고가 위 각 위원회로부터 위와 같이 각하결정들을 받은 후 그에 대한 재심청구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하여도 이 사건 소를 부적법하다 할 수는 없는 것이어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현행사립학교법 소정의 재임용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라는 주장에 관한 판단
(1) 헌법재판소가 2003. 2. 27. 구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 제3항에 대하여 원고 주장과 같은 사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으나, 헌법불합치결정은, 헌법재판소가 그 결정의 대상이 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하여 위헌결정을 하여 곧바로 그 효력을 상실시키면 오히려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입법자가 그 법률을 개정하여 위헌성을 제거할 때까지 효력상실시기를 미루기로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하는 결정으로서, 그법률조항을 합헌적으로 개정 또는 폐지하는 임무를 입법자의 형성 재량에 맡겨 놓은 결정이고, 이러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따라 입법자가 위헌성이 제거된 개선입법을 하는 경우 그 개선입법의 소급적용 여부와 소급적용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이며(헌법재판소 2006. 6. 29.자 2004헌가3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다16041 판결 등 참조), 예외적으로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나 위헌심판에서의 구체적 규범통제의 실효성 보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적어도 위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게 된 당해 사건 및 그 헌법불합치결정 당시에 헌법불합치결정의 대상이 된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에 대하여는 그 헌법불합치결정의 소급효가 미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위 2005다16041 판결 등 참조).
(2) 그런데, 현행 사립학교법 부칙 제1항은 '이 법은 공포한 날(2005. 1. 27.)부터 시행한다', 제2항은 '개정 법률 시행 당시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기간을 정하여 임용되어 재직 중인 대학교육기관교원에 대하여는 개정 규정에 의한다'라고 각 규정하고있고,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다만,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위각규정들의 취지 및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면, 위헌법불합치결정이나 현행 사립학교법의 시행 이후에 제기된 이 사건에 있어서 교수재임용절차에 관하여 적용되어야 할 규정은 현행 사립학교법이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을 받은 당시의 법률인 구 사립학교법이라 할 것이므로, 이사건에 있어 현행 사립학교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원고는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4332판결 등을 인용하면서 위헌결정 이후에 그와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 사건에도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인용한 위 대법원판결의 사안은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결정을 함으로써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없어진 때의 것으로서, 헌법불합치결정과 그 취지에 따른 개선입법이 행하여진 경우인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을 달리한다).
나. 이사건재임용거부결정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
(1) 기간제로 임용되어 임용기간이 만료된 대학교원은 교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받아 위 기준에 부합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을 가지고 있는 점(대법원2004. 4. 22. 선고 2000두77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은 원고가 지적하는 바와 같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바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무효라거나 원고가 위 학교교수로서의 지위를 유지한다고는 볼 수 없고,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거쳐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사건에 있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근거가 된 위 학교 이과대학장의 원고에 대한 평정내용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피고의 정관에 규정된 재임용기준인 '전(前)임용기간중의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 학생의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라는 기준에 부합하여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루어진 것인지의 여부에 대하여 살핀다.
(2) 인정되는 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 제29호증의 1 내지 33, 갑제30호증의 1 내지 3, 을제3호증의 1, 2 부터 을 제14호증의 1 내지 8, 을제17호증의 1 내지 9의 각기재(원고는 위 각 서증 중 학생들의 진술을 기재한 서면인 을 제8호증의 2, 4, 6, 을제9호증의 3내지 9가 원고로부터 C, D학점을 받을 정도로 불성실하고 위와 같은 성적부여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불만을 가진 학생들의 진술을 기재한 것이어서 그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을제8호증의 5, 을제9호증의 3, 8 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로부터 최고성적인 A+학점을 부여받은 이경재조차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서증들의 기재는 모두 그 신빙성이 있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와 당심 증인 정○○, 배○○의 각 증언(원고는, 위증인 정○○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을 주도적으로 이끈 사람이고, 위증인 배○○가 원고로부터 낮은 성적을 받은 학생이어서 그들의 각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증언들의 취지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신빙성이 인정되는 각 서증들의 기재와 같으므로 위 증언들 또한 신빙성있다 할 것이어서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원고는 아래와 같은 사실인정여부에 관한 이 법원의 심리에 대하여, 그것이 위와 같이 확정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에서 인정된 사실에 관한 것이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반하고, 형사사건에서 확정된 사실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사사건에서 배척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판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나, 징계처분과 재임용거부처분은 그 성질을 달리하므로 징계원인사실과 같은 사유로 재임용거부를 하였다 하여 그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없고,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에 대하여 확정된 처분은 징계처분일 뿐 형사처분이 아니어서 이 법원으로서는 증거에 의하여 위 징계처분에서 인정된 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가) 1993학년 2학기 동안의 원고의 행위
1) 원고는 1993학년 2학기에 교양필수인 수학 II과목과 전공선택인 위상수학 II과목을 담당하였는 바, 수학 II과목의 수강학생 47명 중 14명이 수강을 철회하였고, 위상수학 II과목 수강학생 20명 중3 명에게 A+학점을, 나머지 17명에게 B+학점을 각 부여하였으며, 수학 II과목에 관하여 원고가 출석부에 기재하여 둔 학생들의 성적과 위 학교당국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는 별지 1993학년 2학기 수학 II과목 성적비교표 기재와 같은 차이가 있다.
2) 원고는 외부연사 강연후 다른 수학과 교수들에게 '원로교수들은 학생들이 포기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하였다.
(나) 1994학년 1학기 동안의 원고의 행위
1) 원고는 1994학년 1학기에 교양필수인 수학 I과목과 각 전공필수인 집합론과목 및 위상수학 I과목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집합론 및 위상수학 I과목의 첫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한 학기내내 수업에 들어오지 않아도 D학점을 줄테니 수업방해는 하지 마라'는 말을 하였다.
2) 원고는 1994. 4. 13. 12:00경 정년퇴임하는 교수의 후임자 전공결정을 위한 학과교수회의석상에서 선배이자 원로교수인 정○○에게 '당신 전공은 학과를 위해서 별로 필요가 없고 만일 대학원 학생을 위한다면 내가 당신 과목을 다 강의할 수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하고, 이어 원래 있었던 전공과정을 없앨 수 없다는 정○○의 지적에 '말 같지도 않는 말 하지 말아요'라고 대응하였다.
3) 원고는 집합론과목 수강학생 55명 중3 명에게 A학점을, 9 명에게 B학점을, 27명에게 C학점을, 13명에게 D학점을, 3 명에게 F학점을 각 부여하였고, 위상수학 I과목 수강학생 23명 중 1 명에게 A학점을, 2 명에게 B학점을, 10명에게 C학점을, 10명에게 D학점을 각 부여하였으며, 수학 II과목에 관하여 원고가 출석부에 기재하여 둔 학생들의 성적과 위 학교당국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는 별지 수학 I과목 성적비교표 기재와 같은 차이가 있다.
(다) 1994학년 2학기 동안의 원고의 행위
1) 원고는 1994학년 2학기에 교양필수인 수학 II과목과 전공선택인 위상수학 II과목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위상수학 II과목의 수강신청자가 최소수강인원인 10명에 미달되어 폐강의 위기를 맞게 되자, 학생인 이○○를 통하여 수강신청만 해 놓으면 B학점은 보장할 테니 많이 신청하고, 졸업시험에 출제할 것이니 많이 홍보하라는 말을 하였다.
2) 당초수학II 과목의 수강을 신청한 학생은 모두 55명이었으나, 중간고사실시 후 32명의 학생이 수강철회를 하였고(이미 원고로부터 수강하였던 학생들이 원고의 강의를 듣지 말라고 만류하여 위와 같은 수강철회현상이 발생하였다), 한편 원고는 위상수학 II과목의 수강학생 15명 중6 명에게 A학점을, 5 명에게 B학점을, 3 명에게 C학점을, 1 명에게 D학점을 각 부여하였는데, 위학교 학칙에는 수업의 3분의 2 이상 출석한 학생에게만 성적을 부여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학생들 중 이○○는 위 과목의 수업에 전혀 출석하지 아니하고도 최고점인 A+학점을 부여받았으며, 수학 II과목에 관하여 원고가 출석부에 기재하여 둔 학생들의 성적과 위 학교당국에 제출한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는 별지 1994학년 2학기 수학 II과목 성적비교표 기재와 같은 차이가 있다.
(라) 1995학년 1학기 동안의 원고의 행위
1) 원고는 1995학년 1학기에 4학년의 전공필수인 위상수학 I과목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1995. 5 .경 위과목의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위입학시험 문제출제 관계자를 지칭하여 '그런 씨팔놈이 어디 있느냐'는 말과 '전철에서 노약자나 애기와 동행한 엄마에게 절대로 자리를 양보하지 말라'는 말을 하였다.
2) 원고는 위 과목의 기말고사 전 수업시간중에 위 과목 수강학생들에게 그들 중 5명에게 F학점을 부여하여 4학년이라도 졸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말을 하여, 4 학년으로서 졸업을 앞두고 있고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하여도 5명은 F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대상자가 누구인지를 몰라 자기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학생들은 토론을 거쳐 원고의 처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기말고사에서 백지답안지를 제출하기로 결의하고, 위과목의 수강학생 52명중 30명이 백지답안지를 제출하였고, 이에 원고는 위 학생들에게 재시험의 기회를 줌과 아울러 C 또는 D학점을 부여하였으나, 원고로부터는 학점을 취득하지 않겠다는 학생들의 대응에 결국 재시험에 응시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28명을 포함한 29명에게 F학점을, 5 명에게 A학점을, 14명에게 B학점을, 2 명에게 C학점을, 2 명에게 D학점을 각 부여하였다(원고는 수업에 불성실하게 임한 학생들이 위와 같이 백지답안지를 제출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을제17호증의 5의 기재에 의하면, 위과목에서 원고로부터 B학점을 부여받은 김○○, 윤○○, 이○○, 박○○, 송○○, 조○○ 조차도 원고가 4학년 학생들에게 전공필수과목에 대한 F학점의 압박감을 심어주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위와같이F 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학교당국에 위상수학 I과목의 추가개설을 요구하였고, 1995학년 여름방학에 추가개설된 강좌를 통하여 학점을 취득함으로써 졸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 그 외의원고의 행동
1) 원고는 수업시간 중 시위(示威)로 인한 소리가 귀에 거슬리자 '저런 새끼들이 학생이냐', '저런 놈들을 총으로 쏴 죽여 버리고 싶다'라는 말을 하였고, 수업 중 공공연히 '내가 내년에 학과장이 되면 과내 모든 써클을 없애버리고, 학생회도 없애버리겠다'고 말하였으며, 수업 중 △△△대학교 출신 교수들을 대상으로 '그런 사람이 무슨 교수냐'는 말을 하고, 수업시간 중 '교생실습은 본인들이 공부가 하기 싫어서 나가는 것이니 나는 인정할 수 없다'(위 증인 정○○의 증언에 의하면 위 수학과 소속 학생 중 교생실습을 하는 학생들은 우수한 학생들이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나는 부모님하고 같이 산다. 아버님은 1층에, 나는 2층에 산다. 그런데, 본 지 한 2주일은 된 것 같다', '애가 어렸을 때 잠자는데 울길래 패버렸다', '취직은 나와 상관없다. 어느 회사에 합격을 하더라도 내가 졸업 안 시키면 못하는 거다. 맘대로 해라', '너희들은 해도 안 되니, 지금 이야기를 하라. F 는 주지 않겠다', '성대 대학원에는 오지말라'고 말하였고, 1993. 1 학기 집합론 수업시간 중에 학생들에게 '성대 수학과 대학원생들은 쭉정이들이다'라고 말하였다.
2) 원고는 유학을 위하여 원고로부터 추천서를 교부받으려는 학생인 윤○○에게 '저쪽(자신을 제외한 다른 교수)에서 추천서를 받으려면 나에게는 받을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 추천서를 받으려면 저쪽을 포기하라'고 하면서, 위 학교 소속 이○○ 교수의 전공인 해석학을 가리켜 '유학을 가서 공부를 할 때도 후진 해석학을 하지 말고 기하학쪽으로 하라'고 말하였다.
3) 원고는 횡단보도를 지나갈 때 이를 가로막고 있는 차량을 보고 같이 있던 학생인 배○○에게 '도끼로 잘라버리고 싶다'라는 말을 하고, 수업시간 중에는 '그동안 여러분이 배운 것은 모두 필요 없으니 다시 나한테 배워야 한다'라고 말하였다.
4) 원고는 위 학교 수학과 동아리에서 학생들에게 '씨팔놈', '개새끼'라는 욕설을 하였다.
5) 원고는 1993. 교수모임 자리에서 동료교수에게 '성대 대학원에 오면 무엇 하나 취직도 못할텐데'라는 말을 하였고, 1994. 학기초에 위 학교 신임교수로서 부임인사차 방문한 교수 김미경에게 '성대 수학과가 망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학과를 파괴하는데 동참할 것을 권유하였으며, 1991.경부터 1995.경까지 사이에 대학원생들에게 박사과정학생을 1명도 지도할 계획이 없다고 공언하고, 실제로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학생을 1명도 지도하지 아니하였으며, 심지어 원고에게 배정된 석사과정학생 중에서도 1명만을 지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보내는 행위를 하였다.
6) 원고는 1주일에 2 내지 4회 정도만 출근하면서도 14:00경에 출근하였고, 연구실 내에 있는 때에도 연구실 문에 부착된 표지판을 항상 '재실'이 아닌 '교내'로 표시하여 둠으로써 몇몇 사람만을 연구실에 출입시키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학생을 출입시키지 아니하였으며, 한학기에 10학점 이상 강의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퇴근한 7 내지 9교시에만 수업을 하였고, 1994. 11.경부터 12.경까지 사이에 위 학교 수학과에 해석학 전공교수를 충원할 계획도 없을 뿐만 아니라 교수인사에 관한 사항은 대외비여서 외부에 알려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조교인 박○○에게 해석학 교수가 임용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7) 원고는 1992. 12.경 학과장에게 '앞으로 학과교수회의에는 참석 않을 것과 학과의 작은 일에는 모두 열외시켜 달라'는 통보를 한 이래, 위학교 전체교수회의를 비롯한 학과교수회의에 거의 참석하지 아니하였다.
(3) 판단
(가) 원고의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에 관한 부분에 대한 판단
위인정사실들에 의하면, 원고는 충분한 연구실적을 거두어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 부분에 관하여는 피고의 재임용기준에 부합한다 할 것인 바, 한편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이과대학장이 원고의 연구능력, 연구실적, 학문연구에 대한 발전성, 국내외 학술활동, 외국어 능력 등 원고의 실력부분에 있어서는 평균 이상인 B등급을 부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재임용대상자 연구실적목록 및 심사평정결과'(갑 제2호증 중 일부)에 기재된 원고에 대한 '부적격'이라는 표시는 원고 제출의 논문이 재임용대상자 선정을 위한 연구실적에 미달된다는 취지가 아니라, 원고에 대한 재임용대상자로서의 종합적 평가내용에 대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한 이 사건 재임용심사를 함에 있어 원고에 대한 연구실적을 0%로 인정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의 연구실적 등 학문적 업적에 관한 사항은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다 할 것이므로(만일 원고가 재임용에 필요한 연구실적을 거두지 아니하였다면 위 이과대학장으로서는 위와 같이 B등급을 부여한 항목들에 대하여도 평균 이하의 등급을 부여하였어야 할 것이다), 원고 주장과 같이 피고의 연구실적심사위원회가 구성되지 아니하였다거나 위 심사위원회가 원고에 대한 재임용심사를 위한 연구실적을 평가함에 있어 원고 제출의 논문들이 연구실적평가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판정을 한 사실이 있다 하여도, 이사건 재임용거부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 위 사실을 들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비합리적이라거나 불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원고의 학생에 대한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 부분에 대한 판단
1) 원고의 위 학교 재직기간중에 시행 중이던 구 교육법(1997. 12. 13. 법률 제5437호 교육기본법의 시행으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具有)하게 하여 민주국가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념실현에 기여하게 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교육의 제도, 시설, 교재와 방법은 항상 인격을 존중하고 개성을 중시하여 교육을 받는 자로 하여금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제4조), 교원은 항상 사표(師表)가 될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쓰며 학문의 연찬과 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탐구연마하여 국민교육에 전심전력을 하여야 하고(제74조), 대학은 국가와 인류사회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심오한 이론과 그 광범하고 정치한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08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2) 위규정들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대학의 교원은 우리 사회의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한 최고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국가의 발전과 더 나아가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는 중요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스스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될 품성과 자질을 가지고, 학생들의 인격을 존중하며, 가지고 있는 심오한 학술을 전수하는 능력과 방법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이다.
3)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살피건대, 위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가 학생들이나 수학과 교수들의 인격, 실력을 무시하거나 학생들이 따라해서는 안 될 언행을 한 점, ② 원고로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학문적 성과를 교육소비자인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제대로 전수하였어야 할 것인데, 그가 담당하였던 교과목의 대부분의 학생들로 하여금 평균 이하의 성적(C, D, F학점)을 받도록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수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한 점, ③ 원고가 교원으로서 학생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집단적인 시험거부를 당하기까지에 이른 점, ④ 원고가 그의 동료교수들과 화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들 및 학교를 존중하지 아니하는 언행을 하여 그들 또한 원고와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일치된 의견으로 위 학교 총장에 대해 원고에 대한 징계를 청원한 점, ⑤ 원고가 주로 오후에 출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우수한 학생들은 다른 학교로 보내고, 최고의 석학에 해당하는 박사과정학생을 전혀 지도하지 아니하는 등 대학원 학생들에 대한 교육에 대하여도 열의를 가지지 아니하였던 데다가, 학생들과 다른 교수들에게 소속 학과를 비난하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위 학교 소속 교원으로서 위 학교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은 점, ⑥ 학생에 대한 성적부여가 교원의 재량사항이고, 원고로부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 과목의 경우 모든 학생이 B학점 이상의 성적을 취득한 반면에, 일부 과목의 경우 13% 내지 21% 정도의 학생만이 B학점 이상의 성적을 취득하여 이례적인 것으로 보일만큼 그 성적분포의 편차가 클 뿐만 아니라, 일부 과목의 경우 원고가 학생들에 대하여 일응 부여하였던 성적과 학교당국에 신고한 학생들의 성적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다가, 이를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환산하였을 때 학생별로 환산비율이 달라, 이법원으로서는 원고가 어떠한 기준에서 학생들에게 성적을 부여하였는지 알 수 없어(원고는 이 부분에 대한 이 법원의 석명권행사에 대하여 그것이 석명권행사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하였다) 오히려 원고가 자의적(恣意的)으로 학생들에게 성적을 부여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드는 점(특히 원고가 학칙에 위배하여 수업에 출석하지도 아니한 학생에게 성적을 부여함으로써 징계처분을 받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 대한 평정권자인 위 학교 이과대학장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기초가 된 원고에 대한 평정을 함에 있어, 원고의 교육자로서의 인격과 품위, 인간관계, 교수능력, 수업이행상태, 수업효과, 학습자료활용도, 학생분담지도실적, 항생지도에 대한 열의 및 자세,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과 실적, 학내외 행사참여 및 지도실적, 출근상황, 근무자세, 학내·학과내의 인화관계, 불평·불만 습성적 소유관계, 본교발전을 위한 노력의 항목에서 평균 이하인 D, E 등급을 부여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고는 학생에 대한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라는 피고의 정관이 정한 재임용기준에 미달된다 할 것이다.
(라) 원고의 나머지 주장들에 관한 판단
1) 기초사실에서 본 사실들에 의하면, 원고의 위 대학별입학고사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부교수 승진 탈락 및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의 한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한편 위 '4. 나. (3) (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위와 같이 대학교원으로서 갖추고 있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지니고 있지 못한 이상, 그러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부당하다 할 수 없다(오히려
원고로서는 위와 같이 문제의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보복을 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적 양심에 따라 정당한 원칙을 주장하기 위한 용기있는 행동을 할 것이면, 스스로 자신이 대학교원으로서 지녀야 할 다른 덕목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였어야 할 것인데, 그와 같은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 법정에서 자신은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것이지 가정교육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진술하고 있어서, 특히 학생의 인격도야를 위한 지도에 관하여서는 별다른 노력을 할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또한원고가 제시하고 있는 대법원 1977. 9. 28. 선고 77다300 판결에서 판시한 '대학교원으로서 부적격하다고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그 재임명 내지는 재임용이 당연히 예정되고 있다고 보아진다'는 법리에 의한다고 하더라도, 위'4. 나.(3) (다)'항에서 본 사정에 의하면, 원고는 대학교원으로서 부적격하다고 인정되므로, 원고 주장의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의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부당하다 할 수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피고의 정관에서 정한 위 학교 교수로서의 재임용기준 중, '전(前)임용기간중의 연구실적 및 전문영역의 학회활동'이라는 기준에는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었으나, '학생의 교수·연구 및 생활지도에 대한 능력과 실적, 교육관계법령의 준수 및 기타 교원으로서의 품위유지'라는 기준에는 현저하게 미달된다 할 것이어서, 이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위 재임용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어,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은 피고의 재량권 범위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유효하므로(이는 원고가 그에 대한 평정권자인 위 이과대학장으로부터 학문연구능력 및 실적영역에서 A등급의 평정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무효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5. 교수지위확인청구 부분에 관한 판단
위와 같이 이 사건 재임용거부결정이 유효한 이상 그것이 무효임을 전제로 원고가 위 학교의 교수지위에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6. 결론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와 당심에서 교환적으로 변경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홍우
판사 이정렬
판사 이우철

2012년 1월 18일 수요일

용산참사 3주기

1월 19일은 용산참사 3주기 .. 어느틈에 3년이나 지났습니다.
올해 설이 낼모래다보니, .. 명절 앞두고 차가운 건물에서 농성을 해야 했던, 그리고 목숨을 잃어야 했던 분들을 생각하니 더 착찹합니다. (2009년에는 일주일 전이었군요.)
우리 기억에는 흐릿해져가지만, 사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라고 합니다.
참사 희생자들은 올해도 차가운 감방에서 설을 맞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살인진압 김석기는 총선후보, 구속 철거민은 사면제외
용산참사 3주기, 뉴타운을 공약한 국회의원들은 모두 답하십시오


용산, 이제는 용산하면 미군기지가 아니라 '참사'라는 가슴아린 단어가 떠오르게 된지도 20일이면 3년이 됩니다. 3년 전 이 날, 철거민 다섯분과 경찰 한분이 화마 속에 돌아가셨습니다.


발화지점도 찾지 못했다는 검찰은 모든 죄를 철거민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법원은 급기야 철거민을 구속하며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꼴'인 판결을 내놓았습니다. 경찰의 살인진압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이 없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뉴타운-재개발에 대한 망령이 여전히도 존재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갈데 없는 세입자에 대한 무대책, 생존의 욕구를 터러분자 취급하는 공권력 밀어붙이기, 건물 시공으로 건설회사의 막대한 이익 챙기기 등 뉴타운-재개발 사업은 '도심에서 서민 내쫓기' 사업으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제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본질에 대해 국민도 모르지 않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번지르르하게 걸었던 뉴타운 사업은 지역사회의 갈등의 불씨로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걸고 당선된 모든 국회의원들께 묻습니다. 그 뉴타운은 얼마나 추진됐으며 그로인해 해당 지역구 주민의 주거권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주민들께 솔직히 대답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살아남은 철거민들은 아직도 차가운 감옥에서 두번째 망루 생활을 하고 있는데 살인진압의 책임자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은 이명박 정권의 보은인사로 오사카 총영사가 되더니 이젠 한나라당 경주지역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에 반해 설을 맞아 진행된 대규모 생계형 사범 사면에서 철거민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현재 추진 중인 모든 뉴타운-재개발은 모두 재검토돼야 합니다. 현재 법으로 보장돼 있지만 철거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동절기.일몰후 철거 금지 등 조항 또한 더욱 엄격히 적용돼야 합니다. 곧 입법될 강제퇴거금지법 등을 통해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거가 아닌 투자로서의 집에 대한 대한민국의 천박한 주거인식과 거대자본과 정권의 유착관계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문제입니다.


진보신당은 서민의 주거권을 위한 무한한 책임감으로 용산참사 3주기를 맞이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빕니다.


2012년 1월 19일
진보신당 부대변인 박은지

곽노현 교육감 벌금 3천만 원, 직무 복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기는 했다.

곽노현 교육감의 '선의'를 완전히 부정할 수 없고, 또한 그만큼이나 '대가성'을 완전히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

객관적으로 존재했던 사실은
1. 박명기와 김경선(곽노현 측) 인물 간에 사전 협상이 있었다.
확실한지 급 의심이 되는데, 최소한 박명기가 사퇴 전에 협상을 요구했고, 이 사실을 아는 곽노현측 인사가 있었다.

2. 박명기가 사퇴했다.

3. 곽노현이 당선되었고, 사후 협상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박명기의 어려운 사정을 인지했다.

4. 돈을 주었다.


애초부터 곽노현 교육감이 대부분의 사실을 스스로 밝혔기 때문에, 사실을 추적해서 밝히는 수사에 대한 재판은 아니었을 것이다. 양자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이냐는 점이 문제. (공판 때 검찰이 뻘짓을 했다던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당선무효를 훨씬 넘는 3천만원의 벌금을 때림으로써, 선거와 관련한 어떠한 금품 수수도 용납할 수 없음을 보였다.
"2억원 제공의 불법성과 대가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평가되고 사실상 측근들의 범죄사실을 은폐하는데 기여했으며 ...후보직 매도행위나 사퇴대가 요구 등 선거문화 타락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행위를 했다."

한편으로는, 곽노현 교육감 개인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고, 전적으로 사후 매수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들어 벌금형으로 한정함으로써 잔여 임기 동안 직무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곽씨가 단일화 과정에서 일관되게 금품제공을 거절했고 뒤늦게 실무자 간 금품제공 합의를 안 뒤에도 합의 이행 요구를 한 차례 거절했다. 박씨의 상황이 어려워 경제적 부조를 한다는 주관적 동기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했다."
(벌금 3천만원이면 징역으로 쳐도 기간이 꽤 되는 무거운 형인 것으로 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유죄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우선 2억이라는 돈은 작은 돈이 아니다.
설령 곽교육감의 마음이 '주관적으로 판단하기에' 순수한 선의로 가득 차 있었다 하더라도, 만약 생면부지의 사람이 찾아와서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으면 2억을 선의로 주었을까?
세미나에서 몇 번 보고 얼굴만 알았던 모 대학 교수가 찾아와서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면?
나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그 '순수한 선의' 조차도 선거 과정에서 몰락하게 된 박명기의 사정에 대한 안쓰러움이라는 형태로 선거와 일정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사건은 무죄를 허용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사례이다.
앞으로 모든 선거에서 후보자가 난립했다가 후보자가 아닌 그 아래의 비서 인물과 사전 협의 후 사퇴하고, 당선 수년 후에 금품을 전달한다면? 그 금품이 모두 선의에서 비롯된 증여라고 주장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선거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아마 선거철을 앞두고 대목을 누린다는 브로커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주는 게 아닐지. 이런 점에서 이것은 그 개인이 '절대적으로 순수한 선의'였다 하더라도 무죄가 인정될 수 없다. 이건 선의라기보다 오히려 부주의나 무지라고 해야 하는 쪽에 가깝고, 무지는 판결 고려되지 않는다. (여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곽교육감이 법전공이라는 점이다.)

하여간 3천만원이면 꽤 중형이 나왔는데, 이걸 가지고 또 쓸데없는 논란은 없었으면..


2012년 1월 17일 화요일

석패율제 기사

2012

석패율제' 총선 변수 급부상, 지역 정치 구도 변할까?

아시아뉴스통신

경실련 “정략 차원 석패율제 합의 철회하라”

한명숙 당수 첫 사업

허니문 푸어라...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에 이어 허니문 푸어..
'가난이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중산층 이하의 모든 국민들이 빚을 지지 않고는 공부할 수 없고 중산층 이하 모든 국민이 빚 때문에 결혼도 출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이건 사회 문제다.'
지당하신 말씀

2012년 1월 16일 월요일

진중권에 대한 오해들

요즘에'도' 진중권을 두고 사람들이 말이 많은데 ..
사람에 대한 호오의 감정이야 내가 뭐라 할 바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까고 하는 게 사실에는 근거해 있어야 의미가 있지 싶다.
옹호하는 쪽에서도, 까는 쪽에서도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야 정작 싸울 때 어이없이 무너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사실 본격적으로 키워질 하기 전에 십분 정도만 투자해서 검색을 하고 시작하면 별 문제가 없을텐데 말이다.

진중권을 깔 때 흔히 쓰는 말이 몇 가지 있는데 대충 세 가지만 추리면 이정도일듯
1. 진중권 너도 촛불시위 때 광우병 괴담에 넘어가 빠질 선동하지 않았냐.
2. 키워질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해라.
3. 큰 흐름을 봐라. (논리만 있고 감성이 없다.)

1. 진중권은 촛불 시위 때 광우병 괴담을 선동질했다.
- 일단 나꼼수와의 비교에서 과거를 들먹거리는 건 나꼼수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김어준 대 진중권의 배틀이라고 하면 진중권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기본적으로 진의 우위를 점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2007년 심빠, 2005년 황빠의 난 때 양자의 포지션과 결과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
물론, 진중권의 전력은 현재 꼼수를 둘러싼 논쟁과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고, 마찬가지로 김어준의 전력도 현재 꼼수를 둘러싼 논쟁과 아무런 논리적 연관성이 없다. 다만 사람의 세계관이나 인생관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국익에 기반한 우리편 감싸기라는 김어준의 빠질 행태와 네티즌의 뭇매와 관계없이 우리편이든 아니든 깐다는 진중권의 자세는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어느 정도 시사점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중권이 촛불 집회 때 칼라티비를 들고 시위 현장을 누빈 전력을 들추는 것은 아마 '너는 뭐가 그리 잘났기에'라는 투정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여간 '진중권이 광우병 괴담을 선동했다.'는 주장은 굉장히 광범위하게 퍼져있는데, 이를테면 (황구라 사태로 대중적으로 존재가 알려진) 브릭 같은 곳이나, 일반 포털 및 대형 커뮤니티, 개인 블로그 등등에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거의 기정사실화되어 있다. 아마도 촛불집회 = 광우병 괴담 = 진중권 이런 식의 등치가 성립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진중권은 광우병 괴담을 선동질한 적이 없다. 진중권의 당시 입장은 다음과 같다.
[광우병에 대한 과장된 담론이 떠도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이상, 지금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논리적으로 안전하게 주장할 수 있는 선을 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진중권은 광우병의 위험성이 아니라, 정부의 사전 예방 절차에 대한 미흡함과 책임을 주로 거론했고, 광우병의 위험성은 과장되어 있으니 그걸 주장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다. 황빠, 심빠와 비견될만한 광우병 선동질로 보기에는 좀 거리가 있어보인다.


2. 입진보질 말고 행동을 해라.
입진보 운운 하면서 행동을 촉구하는 사람들, 진중권 비판자 중에서도 좀 급이 낮은 사람들이다. (급이 좀 되는 사람들은 '진중권이 싫다. 그러나 진중권은 자기 나름대로 할만큼 일을 해왔다'는 입장이다.) 글쟁이 진중권이 글을 쓰는 게 행동이 아니면 뭘까? 대체 글쟁이 중에 진중권만큼 글로 많은 일을 한 사람은 또 누군가? 입진보 운운하는 사람들도 이런 반격을 받으면 할 말이 옹색해질 정도의 양심은 있는 모양이다. 최초의 반격을 받은 후에는 다양한 버전으로 주장을 바꾼다.

2-1 성과가 뭐냐? = 일을 많이 했다고 하고 뭔가 열심히 한 것까지는 인정하는데 아무 성과 없으니 무시하겠다. (우리 옵빠는 600백만 다운로더가 있고 집회에도 나가시고, 선거 결과까지 움직이는 열혈 활동했음)
2-2 지금 안하고 있지 않느냐. 비겁하게 정권 탄압 피해서 외국 나가서 비행기나 타고 있지 않느냐. (우리 옵빠는 신변의 위협을 받아가며 열심히 이빨까고 있는데 정씨옵빠는 구속까지 됐고 .. )

2-1에 대해서는 ... 성과주의의 폐해를 경계합시다. 성과주의가 우리 사회를 말아먹고 있어요...는농담이고..
기본적으로, 원래의 대답과 마찬가지로 진중권은 평론과 글쓰기가 일이다. 진중권의 저술과 그간의 활동으로 의식이 깨인 사람들도 매우 많은데, 이렇게 의식이 깨인 사람들은 상식에 어긋나도 국민 정서에 맞으면 OK라거나, 니 말이 맞는데 그래도 난 이럴래 정도의 언어구사밖에 안되는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다. 사회적으로도 유익하고.
그리고 1번 촛불 집회의 경우, 진중권 같은 이가 의제 설정을 하고 한계를 두고 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모든 참여 세력이 광우병 괴담에 골몰했다면 (실제로 그런 유사한 형국이 되었고) 결국 그 속의 유의미한 측면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헛발질로 치부되고 말았을 것이다. 나중에나마 발뺌하는 형식으로 (좀 늦었다) 진중권식의 의제 설정이 확산되어 검역 주권쪽으로 맞춰졌다. 이것이 진중권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보긴 어려울지라도, 거의 초기부터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고 합리적 의제를 제시함으로써 다른 이들에 의해 제대로된 의자가 설정되도록 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평론가, 논객의 역할은 그 정도면 차고도 넘친다.
2-2 이건 무식해서 그런 건지 악의적인 외면인지 모르겠는데, 한 가지만 묻자.
진중권이 활동할 때 김어준은 뭐하고 있었나? 그리고 당신은 무슨 뭘 하고 있었나?
그리고 지금 진중권이 활동을 안한다는 근거는 또 뭔가? 팟캐스트는 활동이고 글쓰기는 활동이 아닌가? (아.. 정봉주 옵빠처럼 구속이 되야만 인정? 벌금형으로 퉁치면 안되겠니?)

3. 진중권은 논리만 있고 감성이 없기 때문에 영양가가 없다.
다시 말해서 나꼼수는 논리는 부족하지만 감성이 있어서 진중권 따위보다 사회에 더욱 큰 도움이 된다는 믿음일 것이다. 꼬우면 니가 나꼼수 같은 거 만들던가 .. 라거나 정봉주의 칼라티비 망했네 묻어가네 얘기도 이런 맥락이다.

이 문제에는 (다른 많은 문제들이 그렇듯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진중권은 이미 답을 했다. 사자와 낙타 얘기로.
논리가 대중적 감정과 일치하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게 특수하고 불행한 일인지 원래 그러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양자가 일치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논리를 버려야 하는가? 혹은 논리를 버리지 않는 자를 욕해야 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중적 감정이 (예의 광우병 사태에서 보듯이) 제대로 분출되기 위해서는 조금 아프더라도 논리가 그들을 엇나가지 않게 찔러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식인들이 대중의 감정에 영합해서는 대형 사고만 칠 뿐이다.

3-1 얼핏 단순한 것 같지만 이 경향에는 그 배경에 아주 깊이 논의해야 할 문제가 숨어 있다.
... '나는' 또는 '지금은' 괜찮아라는 태도라고 해야 할까? 말하자면 '영양가'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다.
'너의 얘기는 일반적, 보편적으로 맞지만, 일반적으로는 틀리더라도 '지금은' 이걸 해야돼. 또는 보편적인 일은 아니지만 '나는(우리는)' 이걸 해도 돼. 라는 것.
예컨대 나꼼수는 탄압을 받고 있으니까, MB를 까고 있으니까, MB승리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니까. 지금은 나꼼수가 거짓말을 하건 너절리즘을 하건 허용되고 오히려 장려된다라는 것. 왜냐. 영양가가 있으니까.

영양가라는 건 아마 대중적 영향력의 다른 표현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표로 연결되어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힘이라는 거겠지. 결국 다시 말하면, 논리적으로 틀린 얘기라도 표심으로 연결될 수 있고 정치적 승리를 가져올 수단이므로 비판해선 안된다라는 것.

안타깝지만 '이번만은' 다른 모든 걸 제껴두고' 같은 언사는 실제로는 별로 영양가가 없다. 가장 비근한 예로 사표론을 보면 된다. [너희 신념은 인정하지만 이번만은 나를 찍어.] 이성보단 감성이라는 논리 구조와 같다. 그런데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개인적으로 3번의 대선과 4번의 총선을 치러봤는데, '이번만은!' 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은 적이 없었다. 하긴 어느 대선이 안중요하고 어느 총선은 대충 치러도 될까. 그래서 이번만은 이겨야 하니 편법이라도 쓰자. 이기고 나면 다시는 안쓰겠다? 어불성설이다. 20년 넘는 야당의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망하면 안될 것 같아서, 얘들은 좀 나을 것 같아서 찍어준 결과가 작금의 상황이다. 상식의 실종이요, 진보의 몰락이요, 이명박 당선이다. 결국 '이번엔 이겨야 하니까 편법이고 비논리고 눈감자'라고 한 결과는 장기적인 진보 / 개혁 세력의 몰락으로 나타났다. '이번만은 내가 틀리더라도 따라줘. 안따라주면 반동' 따위 어차피 사람들을 많이 움직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당장 내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수준의 말이 자기들끼리 거침없이 왔다갔다 하니까 (얼마나 통쾌한 일이냐!) 그게 세상의 전부인줄 알고 방방 뜨게되는 경우가 있는데,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자신과 의견이 같은 사람들의 집단이 의외로 적다는 거다. 최소한 내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

실제로 현실에서도 영양가가 있으려면 감동도 받지 않았고, '이번만은'이라는 절박함도 없는 - 당신들 세계 바깥의 사람들에 대한 설득이 필요할 것인데, 이 경우 상식에 눈감고 이성에 눈감는 것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개의 경우 물론 그 바깥 사람들이 사람들이 이성의 잣대를 들이대면 우리편들이 똘똘 뭉쳐서 감성으로 물어 뜯으며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되면 영양가는 쭉 빠지는 거다. 결국 그 바깥의 사람들을 공략하는 데는 감성이 방해가 되고 이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감성적인 나꼼빠들보다 이성적인 진중권이 훨씬 영양가가 있다.

인터넷 일기장을 마련하다..

몇몇 커뮤니티들을 떠돌며 살았는데 이제부터는 그게 잘 안될 듯 하다.

같이 휩쓸려 갈 수 있으면 편할텐데, 그게 잘 안되니 말 섞기가 매우 피곤하다.

비판도 아니고 문제제기 수준의 발언도 못견뎌하는 '합리적 이성인'들과 대화하기는 매우 어려운 듯.

문제는 이게 적어도 내가 왕래하던 대형 커뮤니티들의 전반적인 상황이라는 거다.

그것도 그 정도 수준의 커뮤니티가 '거의 정상급의 지적이고 합리적이고 훌륭한' 커뮤니티들이라는 거.. 나머지는 쓰레기가 된 지 오래고...

하여간 커뮤니티에 왕래하는 걸 단념하고 배설의 욕구는 있고 해서 블로그를 마련은 했는데 ..
필력이 딸리니 누가 볼까 두렵다. ㅡ.ㅡ


2012년 1월 12일 목요일

박정근 구속, 뉴욕타임즈에 대서특필

http://newsface.kr/news/news_view.htm?news_idx=4615

북한 트위터 알티했다고 시민 ‘구속’…뉴욕타임즈도 ‘대서특필’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트위터 글을 리트윗하고 이를 퍼뜨렸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진가 박정근 씨의 구속 사실이 알려지자 박 씨를 구속한 검찰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공안통치’를 일삼던 과거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허지웅 @ozzyzzz
저는 박정근 구속이 SNS라는 핫한 아이템을 경유해야 뉴스거리라도 될 수 있는 상황에 화가 납니다. 중요한 건 그가 리트윗을 했다는 게 아니라, 그 발언의 맥락들이 전혀 오해될만한 소지가 없는 반-종북이었다는 겁니다. 지금이 2012년이 맞습니까!!!

진짜 종북주의자를 고작 저 정도 혐의로 구속수감해도 명백한 문제가 될 판인데, 북한 정권을 조롱한 사람을 '구속'해? 아무런 상징자본도 없는 자영업자를 이런 이유로 옭아맬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누구를 마음대로 엮지 못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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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씨는 사회당 당원이다. 사회당의 주요 모토는 김일성주의 반대 ...
어이없는 일이다.


소 굷겨 죽이는 농민 동물보호법 위반 조사 ...


소값은 폭락하는데 사료값이 폭등하자 소를 굶겨 죽이고 있는 축산농가에 대해 농림수산식품부가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는 12일 농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소 20마리를 굶겨 죽이고 방치한 순창군 인계면 노동리 문동연(56)씨에 대해 동물보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라고 순창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은 동물에 대한 위해 방지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3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위반 행위를 지속하면 동물 학대로 간주해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일부 소를 팔아서라도 굶어 죽는 걸 막아야 하지 않나’ ‘소를 굶기는 것은 동물 학대다’는 지적과 비난도 들립니다. 나 역시 사료를 도둑질해서라도 소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

2~3년부터 전국의 소 사육이 급증하면서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됐다. 특히 값싼 외국산 쇠고기가 밀려 들어오면서 420만원에 거래되던 700㎏짜리 육우가 200만원 대로 뚝 떨어졌다. 반면 사료값은 20~30%가 껑충 뛰면서 농장 경영이 극도로 나빠졌다.

문씨는 “도청과 군청 등에서 사료를 대 주겠다고 하지만, 1~2주일 소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다음 대책이 없어 지원을 거부했다”며 “축산을 장려하고, 사료값까지 빌려준 정부가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소를 팔아 버린 뒤 농장 문을 닫고 농촌을 떠나고 싶지만, 축산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소들이 다 죽어 나갈 때까지 축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



2012년 1월 11일 수요일

정봉주 전 의원 판결과 설리번 판례




정봉주 전 의원은 수감되기 직전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한테 적용한 법이 미국에서는 1964년에 없어진 법이에요. 설리번 사건이라고 있어요.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 손을 들어주거든. 정봉주법 개정되면 바로 나오는 거지 뭐…."

다음은 한겨레 박용현 부장의 칼럼입니다.
다음으로 정봉주의 ‘무죄’에 관한 이야기. 역시 논의의 편의를 위해 그가 한 말이 허위였다고 가정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감옥에 보내는 건 아니라도 어떤 형태로든)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답변은 아마도 저 유명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1964년)일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 구멍조차 막게 된다.” 따라서 공직자 및 공공의 사안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더라도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규제해야 하며 그 기준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허위의 사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면서도’ 발언을 한 경우를 뜻한다. 단지 조사가 미진해서 사실을 정확히 모른 채 말한 것은 ‘실제적 악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정봉주는 당시나 지금이나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또한 당시는 비비케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었고 급기야 특검까지 가는 상황이었다. 특검 수사결과는 선거가 끝난 뒤에야 나왔다. 적어도 발언 당시는 상당한 의혹이 있는 상황이었다. 또 하나 ‘설리번 판결’과 ‘정봉주 판결’이 다른 점은 미국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공직자에게 해당 발언이 허위 사실임을 입증하도록 한 반면, 우리 법원은 우선적으로 발언자에게 허위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설리번 판례를 잠깐 알아보자면
마틴루터 킹 목사의 모금운동 광고를 뉴욕타임스가 실었다. 그 사진 중 경찰이 흑인을 줘패는 사진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경찰국장 설리번이 뉴욕타임스를 너 고소! 했다. 자기 명예를 훼손했다고.
1심에서 설리번이 이겼는데, 연방법원에서 뉴욕타임스가 이겼다. '실질적 악의'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로 본다는 것이다. 이 판결 이후 공직자가 언론과 재판해서 이긴 적이 없다고 한다. ('언론과'인지 '개인과'도 해당되는 건지는 확인하지 못함)

“이런 소송이 허락된다면, 향후 정부관료를 향한 비판들이 - 설사 그것이 정당한 비판일지라도 - 공포와 두려움의 장막에 갇혀 얼어붙게 되고, 이는 곧 [정당한 비판 이전에] 자기검열로 이어질 것이다”
논지와 관계 없이 멋진 말이니까 하나 넣자. 당시 연방법원 브래넌 판사의 말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왜 소개하냐면 ..

진중권의 다음 글 때문이다.
4. 미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봉주는 무죄다?
이는 한겨레 박용현 기자도 인정한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답변은 아마도 저 유명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1964년)일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구멍조차 막게 된다." 따라서 공직자 및 공공의 사안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더라도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규제해야 하며 그 기준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허위의 사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면서도' 발언을 한 경우를 뜻한다. 단지 조사가 미진해서 사실을 정확히 모른 채 말한 것은 '실제적 악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실제적 악의'가 있을 경우 허위사실유포는 미국에서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그 기준은 "허위의 사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면서도 발언을 한 경우". 그렇다면 정봉주는 어떤가? 판례 속의 "매우 높다"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수위를 의미하는지 개개의 판례를 들여다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설리번 판례를 따른다 하더라도 정봉주가 반드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당 지도부에 보냈다는 그 메일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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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분 발언과 글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던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 열광하던) 민중이
진중권 이 말을 뱉으니 오류를 문제삼고 나온다.
설리번 판결은 민사 소송이고, 정봉주는 형사다. 진중권의 논리는 다 틀렸다. 라고....
음? 정봉주도 한겨레도 다 틀렸네?

아마 정봉주와 한계레의 애초 의도는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설리번 판례와 같은 경우에 비추어 보면 (민사든 형사든) 정봉주는 죄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것.
여기에 대한 대답에 굳이 민사니 형사니를 따지는 건 치졸한 거고, 감안해서 진중권의 답은 이런 거다.
"미국의 설리번 판례에서 보더라도 정봉주가 아무 잘못 없는지는 따져봐야 할 거다." 라고.


참고로 한겨레의 저 칼럼
'또 하나 ‘설리번 판결’과 ‘정봉주 판결’이 다른 점은 미국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공직자에게 해당 발언이 허위 사실임을 입증하도록 한 반면, 우리 법원은 우선적으로 발언자에게 허위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건 사실과 다르다.

정봉주 (1심과 2심) 재판에서
정봉주가 말한 사실이 허위임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검사는 자금을 추적하고 계좌를 까서 MB나 김백준과 연결된 자금 흐름이 없었음을 밝혔다. 또한, 설령 비비큐가 가카 소유임이 증명된다하더라도 주가조작의 범인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없다. 이 점은 정봉주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정봉주에게 입증 책임이 넘겨진 것은, [가카가 주가조작을 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정봉주 자신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할 만 했다'는 입증이다.
물론 더 선진국에서 이 입증책임까지 검사에게 지우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겨레의 저 말은 잘못된 것이다.

[논평] 노동조항이 아니라 FTA 자체가 노동권 파괴의 주범이다

사회진보연대

- 전략 -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방어와 노동자운동의 분열을 목표로 하는 기만책

WTO나 FTA와 같은 다자간, 쌍무적 무역협정에 노동기준을 넣자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위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로 불리는 이러한 주장은 1980년대부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세계적인 자본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인하여 선진국 내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빈곤 및 실업이 증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자 제3세계 국가의 열악한 노동기준으로 인한 자본의 이동과 이로 인한 각 국 노동조건의 ‘바닥을 향한 경주’가 그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래서 WTO와 FTA 협상에 노동기준이나 환경기준을 넣어서 제3세계 국가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하자는 이른바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다. 노동조합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던 정치정당(예를 들어 미국의 민주당)들이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적극 지지한다. 그리고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한 노동조건의 하락을 조합원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옹호하여 방어하는 노선을 채택하고 있던 선진국의 일부 노동조합 상층부 역시 이에 동조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쟁취해 온 노동의 권리를 파괴하고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의 위기에 따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WTO나 FTA와 같이 이를 세계적, 지역적으로 구체화하려는 제도들에 있다. 따라서 WTO, FTA 체제 내에 노동기준을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며 반(反)노동자적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원인의 효과를 일부 순화시키겠다는 의도는 오히려 근본적 원인에 대한 투쟁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일부 노동조합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운동에 있어 매우 불행한 일이다. FTA 내에 노동기준을 보다 엄격히 하여 한편으로 자국의 노동법 개정에 유리한 여건을 형성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인 경쟁심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안에 대한 심리적인 방어가 가능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체에 대항하는 노동자운동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FTA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파괴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에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민영화, 노동유연화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노동자, 농민의 대량 실업과 해고가 발생했다. 이는 한미 FTA 체결 이후 나타날 파괴적인 효과를 미리 보여준다. 97년 외환위기 충격 이후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노동의 불안정화, 노동권 축소가 만성화 된 것만 보아도 명확히 알 수 있다. 특히 한미 FTA는 전 산업 영역에 걸친 시장개방과 더불어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구조조정을 더욱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실업이 생길 경우 실업급여, 전업교육, 고용지원 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즉,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이윤창출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식 제도를 대거 도입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노동자 민중에 대한 해고와 노동권 박탈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FTA를 체결하면서 노동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만일 수밖에 없다. NAFTA에도 국제적 노동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지만 실제 벌어지는 노동조건의 하락을 막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공문구에 불과했다.

- 후략 -

2012년 1월 9일 월요일

이쯤에서 다시보는 노무현과 한미FTA, 심상정과의 토론

한미 FTA 비준, 과연 서둘러야 할 일일까요?
글쓴이 노무현 전대통령
일시 : 2008-11-10
한미 FTA 국내 비준을 놓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비준을 하기 전에 두 가지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는 비준을 서두르는 것이 외교 전략으로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이고. 하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재협상이 필요 없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첫 번째 문제입니다.

우리국회가 먼저 비준에 동의하면 과연 미국 의회도 비준에 동의를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비준을 한다하여 미국 의회가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 의회는 비준을 거부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미 FTA 는 폐기가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한미 FTA를 살려 갈 생각이 있다면 먼저 비준을 할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놓고 재협상을 한다는 것은 두 벌 일일 뿐만 아니라 국회와 나라의 체면을 깍는 일이 될 것입니다.

결코 현명한 전략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 문제입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도 협정의 내용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미 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미국도 그리고 다른 나라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한미 FTA 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금융 제도 부분에 그런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도 고치고 지난 번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하여한 아쉬운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재협상 없이는 발효되기 어려운 협정입니다.

폐기해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하여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폐기할 생각이라면 비준 같은 것 하지 말고 폐기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한미 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당장 발효하는 것보다 5년, 10년, 15년 기간이 지나야 효력이 생기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비준만 해도 미국 쪽의 사정을 보면 어차피 상당한 시간은 걸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비준을 서두르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진정 위기 극복을 위한다면, 당장 결판이 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국회를 극한 대결로 몰고 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걱정이 많습니다.

정치적인 이유로 한미 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의 입장은 그 어느 것도 아닙니다.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황이 변했다는 것입니다.

모든 정책은 상황이 변화하면 변화한 상황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실용주의이고, 국익외교입니다.

이것이 원칙입니다.

요즈음에도 한미 FTA의 타당성에 관하여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온 나라가 들썩거릴 만큼 토론을 했습니다. 모든 언론이 참가하고, 많은 시민단체가 참가하여, 많은 학자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반대토론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KBS, MBC특집도 반대편에 섰습니다.

처음에는 반대하는 국민이 많았으나, 그렇게 1년이 넘도록 토론을 한 후에는 훨씬 많은 국민이 지지를 했습니다.

지금 다시 질문에 답하고 토론을 한다는 것은 제겐 감당하기 좀 벅찬 일입니다. 좀이 아니라 한참 벅찬 일입니다.

저는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질없는 노력을 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FTA를 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EU도, 중국도, 인도도 FTA를 합니다. 이들 나라가 모두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슨 정책을 이야기 하거나 정부를 평가할 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닙니다.

저는 ‘너 신자유주의지?’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마다 옛날에 ‘너 빨갱이지?’ 이런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왜곡되고 교조화되고, 그리고 남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미 FTA를 살리자고 한 말입니다.
글쓴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시 2008-11-11
한번 상상을 해봅시다.
야당은 한미 FTA 비준안을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기세를 보니 거저 헛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밀어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단상을 점거하고, 몸싸움이 벌어지고,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고, 허겁지겁 방망이를 두드리고, 한쪽에서는 울부짖고, 한쪽은 희희낙낙하면서 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그렇게 끝이 나겠지요.

그러고 나면 미국이 딴소리 안하고 비준을 할까요? 저는 오바마 당선자의 말이 국내 선거용 헛소리로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만일 미국이 비준을 하지 않고 재협상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지요?
우리 정부가 재협상에 나설 수 있을까요? 만일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게 되면 다시 온나라가 발칵 뒤집어 지겠지요.
정부와 한나라당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것이 두려워서 우리정부가 재협상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미국이 그냥 비준을 할까요?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미국이 비준을 하지 않으면 결국 한미 FTA는 사망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부가 재협상을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한미 FTA를 무산시키고 싶지도 않을 것이고, 미국의 체면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재협상을 하게 되겠지요. 다만, 실제로는 재협상을 하면서 추가 협상이니 무슨 조항이니 하는 이름으로 바꾸어서 체면도 살리고 국민의 반발도 무마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협상을 허겁지겁 , 얼렁뚱땅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제대로 따지고 챙기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추가 협상이 국회의 비준 대상이다, 아니다를 놓고 여야 간에 대판 싸움이 다시 벌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회에서 다시 한판 육탄전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을 되풀이 하려고 하는 것입니까?
저는 FTA를 죽이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제대로 살리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자면 재협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FTA를 살리기 위해서 재협상이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협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재협상 테이블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협상은 폐기가 되겠지요.
협정이 폐기가 되더라도 제대로 된 협상의 테이블에서 폐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달라졌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네요. 그럴만한 질문입니다.
무엇이 달라졌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네요.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미국의 정권이 달라졌지요.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도, 세계도, 그리고 한국도 앞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손질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정인데도 옛날에 초안에 도장을 찍었으니 그냥 가자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세상이 바뀌어도 꼭 같은 주장만 되풀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글쓴이 심상정 대표
일시 2008-11-12

진보신당 공동대표 심상정입니다.

얼 마 전 신문에서 통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직접 추수한 햅쌀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처음 짓는 농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가을걷이를 했다니 축하드립니다. 그러나 축하드리고만 있기에는 나라의 사정이 너무도 어렵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계경제의 위기에 더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거꾸로 가는 정치로 인해 우리 국민들 마음은 벌써 한겨울입니다.

종부세와 수도권 규제완화, 그리고 참여정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간신히 잡아놓은 부동산정책마저도 마치 전봇대 뽑듯 뽑아버리고 있으니 노전대통령께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 는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한미 FTA에 대해 세가지 주제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저는 한미FTA에 대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자해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형편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직하고 통 큰 고백만이 나라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이 글을 쓰는 저의 화두입니다.

우선 어제, 그제 ‘민주주의 2.0’을 통해 한미FTA협정에 대해 쓰신 글을 잘 보았습니다. 비준을 서두르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조기비준 대신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 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한미FTA협정 비준문제를 맹목적으로 밀어붙이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민주당은 앞선 책임에 갇혀 옹색한 처신으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위태로운 상황을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역할이 긴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비단 저 뿐만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 런 점에서 노전대통령의 한미FTA에 관한 견해는 참 아쉽고 안타까왔습니다. 비준과 재협상에 대한 논란이라면 현정치권의 갑론을박에 맡겨둬도 될 일이겠지요. 무분별한 개방으로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경제위기로 공포에 떨고 있는 민초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께 기대했던 것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재협상 ‘훈수’가 아니라 한미FTA협정체결에 대한 ‘고해성사’였을 것입니다.

‘내 재임시 한미FTA를 밀어부친 것은 과오였다. 금융세계화와 개방에 대한 나의 인식은 한계가 많았다. 국민여러분들께 사죄드린다’는 말씀을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모든 것이 분명해진 지금, 대통령시절 ‘구국의 결단’으로 밀어부쳤던 한미FTA협정이 나라를 재앙으로 몰고가는 길이었음을 고백하는 용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기왕에 노전대통령께서 나서시기를 작정하셨다면 한미FTA협정이 지난정권의 오류였음을 인정함으로써 한미FTA협정폐기전략으로 국론을 모아가는 물꼬를 터주기를 갈구했을 것입니다.

노 무현 전 대통령께 묻겠습니다. 참여정부가 그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까지 밀어붙였던 한미FTA협상의 명분은 국내 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질적 도약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제조업 가지고는 먹고살기 어려우니 선진국처럼 금융, 서비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하고 그를 위해 미국의 선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 런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던 ‘동북아 금융허브론’ 그것은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미국금융자본의 탐욕에 편승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또 미국과의 FTA라는 ‘외부충격’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는 결국 ‘투기와 거품’의 온상을 만들었던 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거 아닙니까? 또 노전 대통령께서는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나라에서 개방 안하고 어떻게 먹고 사냐고 반문하셨지요? 이명박 정부가 외환보유고 많이 갖고 있어 IMF구제금융시기와는 다르다며 위기는 없을 거라고 강변했지만 그럼에도 외환보유고 세계6위인 나라가 왜 사색이 되어 난리인지 그 까닭을 국민들은 알고 싶은 것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분별한 개방 때문 아닌가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는 걸 이미 시장 참여자들은 다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여전히 한미FTA만이 살길입니까?

이명박 정권에게는 ‘한미FTA는 당장의 경기와는 관계없고 5년 10년 15년 기간이 지나야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라는 충고를 하면서도, 한미FTA협정이후에 금융위기가 왔다는 점을 강조하신 대목은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 러나 진정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위험을 느꼈다면, 제조업을 경시하면서 금융허브를 발전동력으로 삼고자했던 무모함을, 금융자유화를 제도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FTA’의 과오를 인정해야 합니다. 체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과 수출대기업을 위한 고환율정책의 오류를 반성하고 이제 내수기반의 강화를 통해 세계경제에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는 교훈을 뚜렷이 새겨야 합니다. 그리하여 시대를 거꾸로 가는 이명박정권의 폭주가 머지않아 역사적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경고해야 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 결자해지를 촉구합니다. 구국의 심정으로 한미FTA는 역사적 오류였다고 지금이라도 폐기되어야 한다고 선언하십시오.

둘째, 기왕에 한미FTA협정 폐기전략을 주장을 하는 김에 노전대통령이 주장하신 ‘재협상’에 대해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이 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조기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정신나간 짓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노전대통령의 말씀처럼 세계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 국제적인 금융질서를 재편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오바마정권이 금융, 의약품, 지적재산권, 자동차배기규제 등 많은 분야에서 정책의 변화를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한미FTA에 포함되어 있는 투자자정부제소권을 비롯한 수많은 독소조항들을 포함해서 한미FTA협정내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미FTA의 재협상’이 아니라 ‘한미FTA 폐기’를 위한 준비이어야 합니다.

실 제 오바마가 요구하는 ‘재협상’은 한미FTA 재협상이 아니라 자동차부문의 협상입니다. 오바마당선자는 미국식 FTA의 모체인 나프타의 개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고 그것은 1-2년 이내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오바마에게 한미FTA는 상당기간 관심밖에 일이 될 것입니다. 오바마에게 급한 것은 자동차협상입니다. 따라서 한미FTA재협상의 요구가 아니라 ‘한미자동차협정’체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접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정부의 한미FTA 대한 맹목적 집착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정부와 협상해본 학습효과가 그 방향의 선택을 뒷받침할 것입니다. ‘쇠고기 수입개방 들어주지 않으면 한미FTA 비준 해주지 않는다’ 하니 이명박 정권이 통째로 내주었지 않습니까? 또 자동차 안 들어주면 한미FTA 비준없다하면 또 기꺼이 구국의 결단을 하리라 생각할 겁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조기비준시도를 통해 한미FTA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질 않습니까?

핵 심은 오바마시대에 한미FTA는 자동차협상의 종속변수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부와 정치권이 한미FTA 가지고 비준이니 재협상이니 엄한 데를 긁는 소모적 논란을 하지 말고 머지않아 요구될 자동차협상에 대한 태도를 분명히 하는 일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입니다.

오바마가 미국의 유색인종차별을 해소할 계기를 만들고, 재정확장정책을 통한 내수경제육성에 힘을 쏟고, 국제 깡패로 이름을 날린 일방주의 외교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오바마는 제조업 중심의 공격적 자유주의 정책 펼칠 것

그 러나 그는 미국민의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에게 자유무역주의자니 보호무역주의자니 논란이 많은데 제가 보기에는 제조업 중심의 공격적 자유주의정책을 펼 가능성이 많습니다. 보호무역의 측면만이 아니라 자국의 자동차산업과 노동자를 위해 우리나라에 자동차시장 개방을 공격적으로 강요할 것입니다.

만 약에 미국의 노동자와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그 요구를 수용한다면 그것은 곧 가장 넓은 고용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노동자 그리고 내수기반의 궤멸을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만약 자동차를 안내주면 한미FTA협정은 물건너 갈 수 있습니다. 자 어느 편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입니까? 자동차 다 내주고 미국대기업 이익을 위한 한미FTA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자동차 보호하고 미래의 재앙인 한미FTA를 폐기시키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것이 옳겠습니까?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결자해지를 하셔야 할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 전형, 토론 회피하는 건 전임 대통령답지 않아

셋 째 노전대통령께서는 한미FTA한다고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바로 노무현 전대통령을 ‘신자유주의 강력한 추진자’라고 비판한 사람입니다. 대통령의 표현대로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댄’ 것은 아닙니다.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입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해 턱없이 미숙하고 힘없는 정치인입니다만 한미FTA를 밀어붙인 노전대통령에 맞서 ‘젖먹던 힘’까지 보태 맞섰던 한사람으로서 근거와 내용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자란 소리가 ‘빨갱이지?’란 소리로까지 들리셨다니 오늘은 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한미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데 찬성하지 않는다’면서도 ‘제겐 감당하기 한참 벅찬일’이라며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가진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은 기회에 꼭 토론의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심상정 공동대표님의 글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글쓴이 노무현 전 대통령
일시 : 2008-11-16
심 상정 대표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더러 토론에 응하라는 글들도 잘 읽었습니다.

토론에 응하기는 좀 그렇군요. 왜냐하면 제가 토론에 응할 생각이 있다 할지라도 토론 글을 올릴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퍼온 글에 토론 글을 달아서 토론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고요. 그렇다고 심 대표님 홈페이지에 가서 토론 글을 올린다는 것도 좀 우습겠지요?

심 대표님을 글은, 얼른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이 아니지요.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이라면 저의 글이 실려 있는 이 사이트에 글을 올렸겠지요.

그리고 글 끄트머리에 ‘언젠가 토론의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심 대표의 글은 단지 저를 비판하는 글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제게 토론에 응하라는 글을 올린 분들은 생각을 좀 덜하셨던 것 아닐까요?

제게 토론을 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토론을 회피하느냐? 고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모든 문제에 관한 토론에 응한다는 것은 시간상으로나 능력상으로나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모든 토론이 다 가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득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쟁점에 한정해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오늘은 심 상정 대표의 글에 대한 저의 견해를 좀 쓰겠습니다.

심 대표님은 제게 ‘정직하고 통 큰 고백’, ‘고해성사’, ‘사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을 토론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예의에 맞는 일도 아닐 것입니다.

심 대표님이 주장하는 논점에 관한 의견입니다.

첫 번째 논지는 핵심을 파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만, 읽고 또 읽어서 정리해 보니, 결국 ‘동북아 금융허브론’이나 ‘한미FTA라는 외부 충격으로 달성하고자 했던 제도의 선진화’ 정책이 ‘금융위기의 주범이었음이 확인’된 것으로 진단하고, 제게 ‘제조업을 경시하고, 금융허브를 발전 동력으로 삼고자 했던 무모함과 금융 자유화를 제도 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 FTA의 과오’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요구에 대하여 저는 다음과 같이 되묻고 싶습니다.

과연 지금의 금융위기가 한국의 동북아 허브 정책, 또는 한미 FTA 때문에 생긴 것이 맞습니까?

지금의 금융위기가 ‘무분별한 개방’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논지인 듯한데, 그렇다면 그 개방은 언제 적 개방을 말하는 것입니까?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이나 한미 FTA 정책으로 우리 금융 제도가 얼마나 달라졌고 더 개방된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제가 알기로는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는 규제 개혁과 개방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정책의 대부분은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의 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한미 FTA 안에는 금융 규제의 완화나 개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없다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만, 그 어느 것도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역시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입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직접의 논점은 아니지만, 제가 ‘제조업을 경시’한 일은 없다는 점도 밝혀 두고 싶습니다.

지금의 금융위기가 금융 허브 전략이나 한미 FTA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할지라도 개방과 FTA 전반에 관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니 여기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해야겠지요.

심 대표의 글을 읽어보면,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인지, ‘무분별한 개방’만 문제 삼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이라면, 저는 ‘과연 우리가 개방을 안 할 수도 있는 것인가?’ 이렇게 묻고 싶고, 무분별한 개방을 문제 삼는다면 ‘어떤 개방이 분별 있는 개방인가?’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우선 개방 일반에 관하여 생각해 봅시다.

세계에서 그런대로 산다고 하는 나라치고 개방 안한 나라가 어떤 나라가 있는가요? 제가 알기로는 개방을 한 나라들 중에는 잘사는 나라도 있고 못사는 나라도 있지만, 개방을 안 한 나라 중에는 잘 사는 나라가 없습니다.

결국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입니다. 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 하는 것일 것입니다.

그래서 심 대표도 ‘무분별한 개방’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다시 의문이 생깁니다. 심 대표가 생각하는 분별 있는 개방은 어떤 개방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 동안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개방을 했습니다.

지난날 우리는 그 모든 개방을 반대했습니다.
반대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우리 시장을 다국적 기업에게 모두 내 줄 것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개방으로 인한 우리 국내의 산업 구조 조정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우리 시장을 외국 기업에게 다 내 주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잘 버티어 준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무분별한 개방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국내 산업의 구조 조정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이 많이 생긴 것은 사실입니다. 농업과 재래시장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과연 개방을 하지 않으면 이런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요? 농민들과 재래시장은 옛날 방식으로 계속 잘 살 수 있는 것일까요?
과연 그렇게 해서 우리 경제가 세계의 경쟁 속에서 살아 갈 수가 있을까요?

더욱이 우리 경제는 수출을 빼고는 성장을 생각할 수 없는 경제입니다. 우리시장만 문을 닫아걸어 놓자고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개방은 마냥 늦추자고 하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요?

결국은 정부가 구조 조정에 따르는 피해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FTA는 개방의 한 가지입니다.

심 대표는 한 칠레 FTA를 반대했습니다. 우리 농업의 많은 부분이 몰락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한-싱가포르, 한-아세안 FTA를 체결했고, 한-EU, 한-캐나다 FTA는 협상 중입니다. 중국과의 FTA도 거론하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면, 중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도 FTA를 합니다. 세계에서 FTA를 안하는 나라는 어떤 나라들인가요?

어떤 FTA가 분별 있는 FTA이고 어떤 FTA가 무분별한 FTA입니까?

심 대표는 무분별한 개방, 미국식 FTA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얼른 보면 모든 개방,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반론을 곤란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얼버무린 것일까요?

심 대표의 두 번째 논점은 자동차에 관한 것입니다.

심 대표는 미국은 FTA 재협상이 아니라 자동차 협상을 요구할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FTA에 집착하여 자동차 시장을 내 줄 것이고, 그러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궤멸할 것이라는 논지를 전제로, 저에게 한미 FTA 폐기에 나서라고 합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 될까요?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지, 이명박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아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저 먼서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정말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장벽이 낮아지면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는 심 대표의 가정은 사실일까요? 과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우리 시장에서 미국 차에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상황이 될까요?

그래서 보호주의로 국내시장이라도 지키자는 것인가요?

심 대표의 말대로 ‘가장 넓은 고용 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국내 시장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하면 고용 기반이 유지 되는 것일까요?

이런 문제들은 우리 자동차 산업, 부품산업의 내수시장과 세계시장의 규모와 경쟁력의 요소들을 면밀하게 비교해 보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보호정책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심대표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문제를 너무 침소봉대하여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앞으로 우리가 보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할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자동차 산업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일 것입니다.

본 론에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심 대표의 글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 미 FTA에 대한 미국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하여 쇠고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논점에 관한 의견입니다.

심 대표는 ‘나프타식, 미국식 FTA가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결국 제가 미국과 FTA를 했으니 신자유주의자라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작은 정부, 감세와 복지의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을 주장하는 사상을 일컬어 신자유주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노동의 유연화, 개방은 규제 철폐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심 대표는 ‘미국식 FTA’를 ‘신자유주의의 전형’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대로 하면 미국식 FTA가 아닌 일반적인 개방이나 다른 FTA는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고, ‘미국식 FTA’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이고, 다른 것들은 그냥 신자유주의라는 뜻인 것 같기도 하여 좀 헷갈립니다만,

어떻거나 미국식 FTA이든, 그냥 FTA이든, 개방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개방’이 신자유주의 사상의 핵심 요소라면 FTA를 추진하는 것은 그 하나만으로도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핵심 사상이 따로 있고, 개방은 그 내용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라면 FTA나 개방을 추진한다 하여 그 하나 만으로 바로 신자유주의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개방’이 신자유주의의 핵심 요소일까요?

신 자유주의는 공급주의 경제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론으로, 케인즈 주의와 대비되는 사상입니다. 이 두 사상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입니다. 케인즈 주의는 ‘시장은 불완전하므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공급주의 이론은 ‘정부가 문제이므로 정부는 시장에서 손을 떼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를 한마디로 말하면, ‘작은 정부’ 사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세, 복지의 축소, 민영화, 규제 철폐, 노동의 유연화, 개방, 등 모든 교리는 ‘작은 정부’라는 사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주장이나 정책이 신자유주의 교리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작은 정부의 사상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아닐 경우에는 이를 신자유주의로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정부가 개방에 적극적이라고 해서 그 한가지를 가지고 그 정부를 바로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대부분 개방을 하고, FTA를 하고 있으므로 이들 나라 정부 모두를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말해야 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부자를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입니다.

김 대중 정부는 노동의 유연화를 기존의 판례의 범위에서 받아 들였습니다. 일부 민영화를 추진했고, 개방과 한 칠레 FTA를 추진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는 중단했고, 나머지는 계승하고, 한미 FTA를 추진했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부 감세를 받아 들였으나 이것은 대세에 밀린 것입니다.

그 러나 그 밖에는 전반적으로는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지출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했습니다. 국내 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과 재정에 의한 재분배 효과도 확대되었습니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한 투기 억제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비전 2030도 내 놓았습니다.

정말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일까요? 과연 그 정부들이 부자의 정부, 강자의 정부였을까요?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합니다.

왜 그 정도밖에 가지 못한 것인지는 심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떻든 저는 좀 더 유능하지 못했던 점에 관하여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 대표는 제가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임 정권의 책임자가 가진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일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제목을 보면, 전임 대통령답지 않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저 는 일반적으로 전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에 있었던 일에 관하여 질문이나 토론의 제안이 있다하여 일일이 응답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도 적절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래야 역사적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심 대표가 그 동안 민주주의 2.0에서 저에게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제안한 글들을 읽어 보았다면 그런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중에는 진정으로 의문이 있어서 질문을 한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심 대표의 이 글처럼 비판이나 시비를 위하여 질문을 하거나 토론을 제안하는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이 불명확하거나 시비조인 글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는데 꼭 이틀이 걸렸습니다. 재주도 부족하고 틈틈이 글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감당하기 벅차다는 저의 말이 결코 변명이나 회피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심 대표는 글 마지막에서 머지않은 기회에 토론의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제가 민주주의 2.0에 올린 글을 보고 토론을 제안했으니 이곳에 와서 이 글에 이어서 토론을 하면 안 될까요?

저는 심 대표의 글을 읽다가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노전대통령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대목을 발견하고 좀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심 대표님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다 똑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중도 진보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좋지 않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저를 이명박 대통령과 구별하여 말해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과연 앞으로도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제가 혼란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 드리는 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지적한 몇 가지 논점에 대해
제가 쓴 편지가 받아드리기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신 노무현 전 대통령께 감사드립니다.
전 임 대통령에게 드리는 편지글이기에 제 딴엔 많이 생각하고 썼음에도, 다시 읽어보니 거칠고, 독한 표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이라는 게 살아온 이력을 반영하는 탓에 여전히 ‘野人(야인)의 언어’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고, 죄송스럽습니다. 혹 마음을 상하게 하는 표현이 있더라도 제 뜻이 그렇지 않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노전대통령께서 저의 토론 제안을 마뜩찮아 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 편지를 쓰고 토론을 청한 취지를 분명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책임정치의 관행을 확실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명박정권의 막가파식 정치가 우리 국민들의 삶을 얼마나 어디까지 고단하게 몰아갈 것인가에 생각이 이르면 이 문제는 더욱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책임정치는 전임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전임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임기 후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데 임기를 마쳤다고 해서 그 책임에서 해제된다면 그 이후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유인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지난날 ‘국회의원 노무현’은 책임있는 정치의 중요성을 가장 용기있게 보여주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88년 5공 청문회에서 전임 대통령의 통치행위 전반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책임 추궁자이지 않으셨습니까?
이미 물러난 전임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지난 일에 대해 묻는 것도, 또 거기에 답하기 위해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무리와 번거러움을 무릅쓰고 글을 쓰고 토론 하는 것도 다 책임지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토론을 청하는 한미FTA문제는 지나간 과거가 아니고 진행형인 정치현안입니다. 우리 경제의 큰 방향을 규정하고 국민들의 먼 미래의 삶에까지 영향을 주는 중심의제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아직까지 지난 정부가 이 중대한 사안을 왜 정책의 우선 순위까지 바꿔가면서 그렇게 급진적으로 추진하였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한미FTA협정이 과연 우리 국민들의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고 더 나은 삶을 보장해 줄 것인 지에 대해서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세계사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오늘, 한미FTA협정을 계속 살려가야 할 것인지 아니면, 이 기회에 부담을 줄이면서 버려야 할 것인지는 여전히 중요한 선택으로 남아있습니다.
제가 노 전 대통령께 제안한 토론은 심상정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진보진영의 많은 사람, 개혁세력, 심지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 역시, 한미 FTA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 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제 편지에 답을 하는 방식으로 토론에 임해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기간 중의 일에 대하여 질문이나 토론 요구에 대해’ 일종의 인간적 한계로 설명하시는 것은 여전히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노 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늘 공론장과 여론을 강조해 오셨고, 퇴임후에는 스스로 공론장을 만들어 발언과 답변을 계속하시겠다는 뜻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전임 대통령으로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수단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고 실천하는 적극적인 방법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기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런 관점에서 노전대통령께서 지적하신 몇가지 논점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1. “지금 금융위기가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정책, 한미 FTA 때문에 생긴 것이 맞느냐”며 “이들 정책은 대부분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고 하셨는데 그것은 제 주장과는 상관없는 지적입니다.
한 미FTA를 통해 따라가려고 했던 미국의 이른바 선진제도들이 미국 금융위기를 낳은 주원인이라고 한 것입니다. 제가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한미 FTA가 미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정책의 연속선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한미FTA와 연동된 자본시장 통합법은 미국식 투자은행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그 길이 살길이 아니라 벼랑끝으로 가는 길임이 분명해 졌음에도 한미FTA를 고집할 것이냐는 문제제기였습니다.
노 전대통령께서는 “제조업 경시한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노전대통령 재임 시 국가균형발전전략으로 클러스터정책을 추진하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재경부는 클러스터정책의 취지를 실현하는데 관심이 없었고 그래서 그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재경부관리들이 눈에 불을 켠 것은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추종하는 것이었지요.
2. ‘개방’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 선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먼저 말씀 드리면 저는 개방 일반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개방은 국제적 교류를 지칭하는 하나의 경제학적 범주입니다. 문제는 개방이 어떤 노선 또는 사사에 토대를 두고 있느냐하는 것을 중요하게 보는 것이지요.
또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이고 문제는 그 나라 경제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가 아니겠느냐”라는 노전대통령의 견해에도 공감합니다.
그런 전제위에 지금까지의 개방의 문제점을 말씀드리면,
첫째, 개방의 혜택이 특정세력에게 집중되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점입니다.
통 상무역은 그것으로 득을 보는 사람들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통상으로 얻은 이득으로 손해를 보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 점에서 통상협상은 국가간 협상 못지않게 대내협상이 중요하고 이 두 협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선진국들은 이미 통상절차법 등으로 이를 제도화해 놓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오랜 통상독재의 전통으로 대내협상의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국익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그 결과 개방은 양극화를 심화시켜 왔습니다. 한미FTA를 추진할 당시에도 통상절차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진행하자고 했지만 노전대통령께서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미 한미FTA협정 체결해놓고 조기비준을 밀어붙이면서 아직도 한쪽에서는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하고 슬픕니다. 특정 계층 사람들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국익은 국익이 아닙니다. 개방으로 양극화는 되었지만 성장을 이루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신다면, 저는, 우리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개방, 누구를 위한 성장이냐고 되묻겠습니다.
둘째, 우리 경제가 체급을 넘어서는 과도한 개방으로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취약한 구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실 물시장의 개방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대외의존도인데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는 2006년 현재 71%(IMF)이고 한은 통계로는 2007년 무려 91%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계 10위권의 수치이고, 인구 5천만의 규모의 나라로는 세계최고입니다.
자 본시장의 개방도 최고수준입니다. 제가 재경위시절 따져본 바로는 IMF이후 대거 유입된 외국자본도 6%만 그린필드형 투자였고 94%가 포트폴리오식 투자였습니다. 이것은 당시 중국의 외자유치내용과는 대비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대한민국이 국보급 은행을 외국자본에게 헐값에 팔아넘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 前 IMF수석부총재 스탠리피셔의 발언도 되새겨 봐야 합니다.
그 결과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옵션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이고 가장 투기적인 시장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체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개방 때문에 세계6위의 외환보유고를 갖고도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절절매는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된 것입니다.
저 는 개방에 관한 노전대통령의 견해를 읽으면서 지난정부가 한미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쇄국정책하자는 것이냐”고 몰아붙이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건 진보진영을 억지로 비틀어보려는 것이지요. 한미FTA협정이 아니라도 이미 우리나라의 개방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노전대통령께서는 개방일반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신데 비해 정작 제가 토론을 요구한 한미FTA에 대한 언급은 별로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노전대통령께서 한미FTA가 무분별한 개방이라는 점은 인정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3. 한미FTA협정이 왜 무분별한 협정이고 폐기되어야 하는 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우리나라의 대외의존도가 너무 높으니, 추가 개방이 아니라 내수에 주력하여 균형경제를 추구하고, 과도한 개방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잡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봅니다.
노 전대통령께서는 “대외의존도가 70%가 넘는 나라에서 개방 안하고 어떻게 먹고사냐”는 논리로 메가톤급인 한미FTA를 추진하였습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드린 개방의 문제점을 극단화하는 것이지요. 무분별한 정도가 아니라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과연 개방을 하지 않으면 국내산업의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느냐”고 반문하셨는데, 저는 한미FTA라는 개방의 충격을 통해서 일거에 한국경제를 구조조정하겠다는 바로 그런 관점이 매우 놀랍습니다.
개방을 통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분명히 세운 뒤에 거기에 필요하면 개방을 해도 하는 것이 맞습니다.
어 느 선진국도 이런 식의 외부충격으로 발전한 나라는 없습니다. 여러 나라가 동경했던 미국의 첨단 IT산업도 개방이 아닌 실리콘밸리라는 클러스터가 있었기 때문이고 대학과 기초과학에 대한 미국정부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릭슨’의 나라 스웨덴,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도 그러합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산업혁신도 교육부터 지역투자까지 국내의 주도면밀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지 외부 충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외부충격으로는 산업파괴와 실업자만 양산할 뿐입니다.
아울러 ‘소 키우던’ 사람이 졸지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 굽는 일자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구조조정, 이것은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강제적 ‘인력재배치’에 가까운 사실상의 국가폭력에 가까운 것입니다.
셋 째, 한미FTA는 단순히 관세 장벽을 낮추는 낮은 수준의 FTA가 아니라 미국의 법과 제도를 이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미국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하고자하는 불평등 협정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정의하신 ‘신자유주의=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이 바로 미국식 FTA입니다.
노 무현 전대통령의 글을 보면 한미FTA협정이 개방의 보편적인 형태로 이해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FTA는 개방의 한 형태이고 그 중에서도 미국식 FTA는 아주 특수한 것입니다. 예컨대 EU의 FTA를 보면, 미국식 FTA에서 우리가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하는 서비스 분야의 개방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래칫 조항, 투자자 국가제소권 등도 없습니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도국간 FTA에는 지적재산권이나 투자, 서비스 분야 등이 아예 없습니다.
또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은 캐나다, 멕시코, 중미-도미니카 공화국, 칠레 등 인접 국가들, 그리고 외교안보적 목적으로 맺은 이스라엘, 요르단, 모로고, 바레인, 오만 등 중동국가를 빼면 호주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전부입니다. 호주-미국 FTA는 투자자국가제소권을 뺐고 호주의 농업이 미국보다 더 강했기에 가능했지만 의약품 지적 재산권을 놓고 격렬한 내분을 겪은 바 있습니다. 미국식FTA는 체결한 나라보다 협상하다 폐기된 나라가 더 많습니다.
미 국식 FTA전략에 대해서 미국내에서도 이견이 많습니다. 세계적 경제학자이며 결코 보호무역주의자가 아닌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미국이 추진하는 양자간 무역협정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말하고 있습니다. 마침 오바마는 한미FTA협정의 원형인 나프타를 개정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마당에 우리가 한미 FTA를 고집해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노 무현 전대통령께서는 중국,인도만 보실 것이 아니라 브라질의 경우도 눈여겨 보셨으면 합니다. 라틴아메리카, 특히 브라질의 룰라 정부는 미국의 FTAA(미주자유무역지대, NATFA의 확대판) 제의를 거부하고 WTO 라운드에서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그래도 브라질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하고 있고, 룰라 대통령은 80%라는 높은 지지율로 안정적 집권 기반을 확보했습니다. 오히려 브라질이 다자간 무역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의 이해를 국제적으로 옹호한 것 덕분에 국가 위상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4. 자동차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동차문제는 노전대통령께서 언급하신대로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할 지 더 봐야겠지요. 또 제가 ‘침소봉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러나 분명한 것은 오바마가 여러차례 자동차의 불균형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또 미국의자동차산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 대한 요구를 해올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 판단이 옳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노전대통령께서 예측하시는 것처럼 단지 관세율이나 적용시기조정 수준을 넘어서서 점유율에 대한 요구로까지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이미 한미FTA에 비위반제소와 스냅백 조항이 들어있는데 그걸 구체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일비반도체협정사례처럼 말이죠. 그럴 경우 내수와 고용의 타격이 매우 크리라고 보는 겁니다.
또 자동차업계는 미국현지공장도 있으니 미국현지매출까지 총량적으로 판단하면서 국내점유율의 일정한 양보를 수용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점이 우려됩니다. 어쨋든 구체적인 전망과 대책이 준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5.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를 양보한 배경에 대한 언급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노 전대통령께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FTA에 대한 미국의 비준을 끌어내기 위하여 쇠고기를 양보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한 미FTA비준을 끌어내기 위해 쇠고기 내주었다는 건 이명박 정부가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 한미FTA협상개시 4대 선결조건이 있었던 것처럼 쇠고기, 자동차 양보가 비준의 전제조건처럼 되어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한미혈맹 재확인이나 캠프데이비드 숙박료라고 조롱되었던 국내정치홍보용이라는 측면을 염두에 두시고 하신 말씀이 아닌가 하는데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진짜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이 대목을 언급하신 진의가 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찬찬히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6. 신자유주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노 전대통령께서는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작은 정부’라는 사상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70년대의 시카고학파 그러니까 신자유주의 초기에 나온 학설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IMF구제금융을 통해 경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의 내용은 개방과 규제완화, 민영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라고 생각합니다. 한미FTA는 하나의 정책이라기 보다 워싱턴컨센서스를 실현하는 경제체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전형인 것이지요.
국 민들은 신자유주의하면 쉽게 시장만능주의 그리고 노전대통령 말씀처럼 부자들을 위한 정책, 시장의 강자를 위한 정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전대통령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요지는 노무현정부는 부자들의 정부는 아니었다는 것이고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열심히 노력했지만 기득권세력의 저항으로 큰 성과를 못낸 것이라는 취지로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 주제는 노무현정부에 대한 총체적 평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토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갖는다는 전제로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 무현 정부는 수십년간 억눌렸던 서민들의 열망으로 탄생했습니다. 노무현 정권을 뽑아준 국민들은 이어서 노무현 정권을 탄핵에서 구해줬고 여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만들어주면서 기대를 아끼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나 인정하시기 어렵겠지만 노무현정권은 서민들 보다 ‘시장의 강자’의 편에서 정책을 폈기 때문에 혹독한 심판을 받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씀은 신자유주의의 정곡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는 명백히 승자독식의 시장경쟁주의에 기반한 개방입니다. 노무현 정부 시기 재벌체제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복지정부가 되고 싶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복지를 위한 재정확보 대신 감세를 추진했고, 그래서 비젼 2030은 말은 성찬이었지만 실제 밥상은 비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노동자보호법이란 명분으로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지를 더 어렵게 했습니다.
물 론 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투기 대책 등 잘한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노무현정부가 한미FTA협정을 밀어붙이는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문제와 복지에 신경을 썼더라면 노무현정부에 대한 평가는 많이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마무리하면서, 한말씀 드리자면,
노 무현 전 대통령께서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이렇게 민감하신 것은 저에겐 의외입니다. 노전대통령께서 한미FTA와 비정규법, 이라크파병을 한나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밀어부칠 때, 그리고 경제정책이 다른 게 뭐냐면서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추진하실 때와는 다른 모습인 것 같아 반갑게 생각합니다. 그 땐 제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는 샛강이 흐르고 열린우리당과 진보정당 사이에는 큰 강물이 흐른다’고 논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비록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신자유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만, 막가파식 토건형 신자유주의인 이명박 정권과의 거리는 충분히 구별해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노전대통령께 편지를 쓰고 토론을 요청한 것은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책임있는 토론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정치발전에 유의미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한미 FTA 정말 토론이 부족했을까?
글쓴이 노무현 전 대통령
날짜 : 2008-11-19
그동안 민주주의 2.0에서 한미 FTA에 관한 질문과 토론 제안이 많이 있었습니다.

2006년 초부터 2007년 초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우리나라는 한미 FTA에 대한 찬반 논쟁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협상 타결 후에도 FTA 반대론자들은 틈만 있으면 다시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또 무슨 토론을 하자는 것인지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토론을 많이 했으니 이제 그만 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무슨 토론이 있었느냐는 반론이 계속 올라옵니다.

얼마 전 마케터님이 그 동안에 있었던 공중파 TV 3사가 개최한 TV토론의 기록을 일일이 찾아서 올려 주었습니다. 20회가 넘더군요. 지난날 그 어떤 뜨거운 정책 쟁점 보다 더 많은 토론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그 글 이후에도 토론이 부족했다는 주장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리를 보고도 납득을 하지 않으니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개방이나 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미국식 FTA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이 있어서 이를 확인해 보려고 국가기록원 역대 대통령 웹 기록 서비스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통합검색 창에서 ‘FTA’를 키워드로 하여 검색을 해 보았더니 19,699건의 자료가 나왔습니다.

출 처 별로는 국정브리핑-6,217건, 청와대 브리핑-2,097건, 한미 FTA체결 지원워윈회-5,226건, 한미 FTA 국내대책 위원회-5,686건, 등이었고, 종류별로는 게시판 9,325건, 자료실 1,133건, 뉴스와 보도자료 9,239건, 등이었습니다.

종류별 페이지를 열어보니 숫자는 두 배 정도 더 늘었습니다.

대충 계산해 보아도 주말과 공휴일 포함해서 하루에 수백 건이 넘는 엄청난 분량입니다.

여기에 신문, 기타 방송, 반대 사이트 등에 올라온 자료까지 합산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분량이 될 것입니다.

토론이 부족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은 토론을 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 주장, 그리고 욕설과 싸움을 한 것입니다.

그 사람들은 자기의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출 수가 없는 사람들인 것이지요.

그런 와중에도 여론 조사 결과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여론이 엎치락뒤치락 춤을 추더니 마지막 협상을 타결하고 나자 지지로 돌아 섰습니다.

이쯤 하면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닐까요? 승복이 안 되더라도 싸움은 그치는 것이 민주주의 아닐까요?
토론은 계속되어야 한다.
글쓴이 심상정 대표
일시 2008-11-24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토론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을 보니, 토론이 그동안 많이 되었고, 평행선만 달리는 토론이 과연 의미있는가 하는 취지로 이해된다.
지 난 시기 한미FTA에 대한 토론이 양적으로 많았던 것은 사실이나 질적으로 제대로 된 토론이었는지를 따지는 일은 접어두고자 한다. 다만 내가 제안한 토론이 단지 1~2년전의 토론을 반복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노전대통령 역시 재협상 준비를 제안하면서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세 계적인 경제위기와 오바마 정권등장으로 세계사적 전환기에 직면해있는 지금, 한미FTA는 그 ‘전환’의 한복판에 있는 의제이다. 특히 한미 FTA는 하나의 정책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경제 질서 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의 발전방향을 규정하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협정에 대한 여전한 집착을 전제로 ‘선대책 후비준’냐 ‘재협상’ 이냐의 수준으로 이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너무 불성실하고 안이한 것이다.
한미 FTA라는 배는 이제 전혀 다른 바다 위를 떠가고 있다. 이 마당에 한미FTA는 무조건 국익이라고 각주구검(刻舟求劍)하는 것이 옳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발상을 전면적으로 다시 뒤집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환기를 맞는 상황하에서 새로운 공감대의 가능성을 갖고 한미 FTA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를 제안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노무현전대통령의 토론 중단은 유감스럽다.
또 내가 노무현전대통령에게 한미 FTA에 관한 토론을 제안한 것을 두고 ‘왜 이명박이 아니고 노무현이냐’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일 부 ‘이명박정권을 향해서는 말하지 않고….’라고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힘이 좀 부족했을지는 몰라도 나와 진보신당은 내내 이명박정권에 맞서 싸워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은 투쟁대상이 이명박정권이고 이를 위해 크게 힘을 합쳐야 한다는 바램을 표현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 점은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리고 점검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가 이명박 정권과 싸우는 목적이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이다.
왜, 무엇을 위해 이명박 정권에 맞서야 하는지 명료하게 설명될 때 국민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많은 의제를 놓고 이명박 정권과 맞서왔다.
광우병위험이 높은 쇠고기 수입개방에 맞섰고, 물,수도,전기,가스 같은 국민의 필수 공공재를 돈벌이 수단으로 팔아넘기는 것에 맞서왔다.
우리 아이들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몰아넣는 국제중, 자사고 중단을 요구해왔고, 방송독립, 공정보도를 해치는 이명박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좌절시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럼 한미FTA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어떻게 하자고 해야 할까? 조기비준 반대하자고? 재협상하자고? 그러면 ‘왜?’라는 국민들의 물음에 무어라고 답할 것인가?
한 미FTA가 살려야할 약인지, 아니면 버려야할 독인지 그것부터 분명히 국민에게 설명해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한미FTA문제는 국민절반이 반대하고 일년반 동안이나 체결반대를 위해 싸워왔던 사안이다. 투쟁의 목적이 상반되는데 어떻게 힘이 모아질 수 있나.
내가 노무현전대통령에게 토론을 제안했기에 전선이 분산된 게 아니다.
전선이 분산되고, 힘이 모아지지 않는 것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한미FTA는 노무현대통령의 최대 치적”임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FTA의제에 대한 진보개혁세력이 분명한 입장을 벼리지 않는 한, 이명박 정권을 향한 칼끝은 휘어지거나 무뎌질 수밖에 없고 결국 민주당의 빈총소리에 함몰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80년대 독재정권과 처절하게 싸우는 와중에도 민주세력, 재야 내부에는 ‘사상투쟁’이란 이름의 끊임없는 토론이 있었다. 다소 날이 서고, 관념적인부분도 있었지만, 결코 소모적이지 않았다.
다 새로운 나라의 비전을 어떻게 세울것인가, 어떻게 제대로 싸울 것인가 하는 문제였으니까.
나는 결국 이런 토론이 결국 독재정권과 맞서는데 일관성과 집요함을 불어넣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명박 정권에 대한 진보개혁 세력의 힘을 모으기 위해서도, 이명박정권을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도, 국민들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지 대안의 방향을 모색하기위해서도 한미FTA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토론은 더 치열하게 전개되어한다.
이 토론은 결국 제2의 심상정, 제2의 노무현이 바통을 이어갈 것이다.
그만큼 필요하고, 중요한 토론이기에 그렇다.
이제 토론은 시대의 몫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