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1일 수요일

[논평] 노동조항이 아니라 FTA 자체가 노동권 파괴의 주범이다

사회진보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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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방어와 노동자운동의 분열을 목표로 하는 기만책

WTO나 FTA와 같은 다자간, 쌍무적 무역협정에 노동기준을 넣자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위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로 불리는 이러한 주장은 1980년대부터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시작되면서 세계적인 자본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고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으로 인하여 선진국 내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고 빈곤 및 실업이 증대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자 제3세계 국가의 열악한 노동기준으로 인한 자본의 이동과 이로 인한 각 국 노동조건의 ‘바닥을 향한 경주’가 그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래서 WTO와 FTA 협상에 노동기준이나 환경기준을 넣어서 제3세계 국가의 생산비용을 증가시켜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하자는 이른바 ‘무역과 노동기준 연계’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다. 노동조합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던 정치정당(예를 들어 미국의 민주당)들이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적극 지지한다. 그리고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인한 노동조건의 하락을 조합원의 이익을 배타적으로 옹호하여 방어하는 노선을 채택하고 있던 선진국의 일부 노동조합 상층부 역시 이에 동조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쟁취해 온 노동의 권리를 파괴하고 노동조건을 하락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의 위기에 따른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WTO나 FTA와 같이 이를 세계적, 지역적으로 구체화하려는 제도들에 있다. 따라서 WTO, FTA 체제 내에 노동기준을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모순적이며 반(反)노동자적이다.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그대로 둔 채 원인의 효과를 일부 순화시키겠다는 의도는 오히려 근본적 원인에 대한 투쟁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일부 노동조합이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전체 노동자운동에 있어 매우 불행한 일이다. FTA 내에 노동기준을 보다 엄격히 하여 한편으로 자국의 노동법 개정에 유리한 여건을 형성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제적인 경쟁심화에 따른 노동자들의 불안에 대한 심리적인 방어가 가능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자체에 대항하는 노동자운동의 성장을 가로막을 수밖에 없다.


FTA 자체가 노동자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파괴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멕시코에서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민영화, 노동유연화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노동자, 농민의 대량 실업과 해고가 발생했다. 이는 한미 FTA 체결 이후 나타날 파괴적인 효과를 미리 보여준다. 97년 외환위기 충격 이후 한국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노동의 불안정화, 노동권 축소가 만성화 된 것만 보아도 명확히 알 수 있다. 특히 한미 FTA는 전 산업 영역에 걸친 시장개방과 더불어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구조조정을 더욱 확대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실업이 생길 경우 실업급여, 전업교육, 고용지원 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즉,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이윤창출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미국식 제도를 대거 도입하는 한편, 구조조정을 촉진하여 노동자 민중에 대한 해고와 노동권 박탈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FTA를 체결하면서 노동권 운운하는 것 자체가 기만일 수밖에 없다. NAFTA에도 국제적 노동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지만 실제 벌어지는 노동조건의 하락을 막는데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공문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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