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6일 목요일

내 잘못이다.

민노당원이었고, 진보신당 당원이었고 정의당원이다.

처음에는 나름 참여도 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회사 일도 많아지고 이래저래 사는 동안 내 속의 뭔가가 많이 스러졌다. 페이퍼 당원이 된지 오래라, 당원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내 생각에 진보정치는 아직도 뿌리가 부실하다. 당원민주주의가 자랑거리인 정의당에서도.
내 책임이다. 당행사에 불참하고 당원교육에 안나가고 당활동에 무심한 내 책임이다.
 
생업을 핑계로 뿌리 역할에 소홀한 동안, 부실한 뿌리에서 신기하게도 꽃이 피었다. 삼촌같고 친구같고 형제같고 인간적이면서 감동적이고 기품 있고, ...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크고 환하고 푸근하고 아름다웠다.
 
뿌리의 상태에 비해 이상할 만큼 훌륭한 꽃이기에, 억측과 오해가 있었다.
당원민주주의라더니 의원단이 다 결정한다더라. 사실은 야심가라더라. 당선을 위해 영달을 위해 당을 옮겼다더라. ...... 솔직히 말하면 한때 그런 생각을 조금은 했다.
 
다 틀렸다. 개소리다. 죄송하고 죄송하다
차라리 그게 맞다면 ...... 그래도 충분히 좋아했을텐데.
 
당신께서 인정하고 책임진 일을, 굳이 부정하지 않겠다. 잘못이다. 잘못인데, 내 잘못이다. 당신께 기대고 의지하면서 실은 내 역할은 재대로 못했다.
꽃을 피울 때도 힘이 되지 못했고, 실수를 했을 때도 그 책임을 아주 조금조차 나누어 져 주지 못했다. 내 잘못이다. 그런데 내 잘못은 그렇게 감싸고 당신 자신은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책임지시는구나.
 
당신께서 얼마나 필요하고, 얼마나 할 일이 많고,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크고 소중해서 의심까지 할 정도로. 이것도 틀렸다. 생각보다 훨씬, 훨씬 더 소중하다. 또 생각이 짧았다. 한스럽다.
 
울지 않으려고 술을 마셨는데 갑자기 눈물이 난다.
가슴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