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11일 수요일

정봉주 전 의원 판결과 설리번 판례




정봉주 전 의원은 수감되기 직전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한테 적용한 법이 미국에서는 1964년에 없어진 법이에요. 설리번 사건이라고 있어요.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 손을 들어주거든. 정봉주법 개정되면 바로 나오는 거지 뭐…."

다음은 한겨레 박용현 부장의 칼럼입니다.
다음으로 정봉주의 ‘무죄’에 관한 이야기. 역시 논의의 편의를 위해 그가 한 말이 허위였다고 가정하자.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감옥에 보내는 건 아니라도 어떤 형태로든)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답변은 아마도 저 유명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1964년)일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 구멍조차 막게 된다.” 따라서 공직자 및 공공의 사안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더라도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규제해야 하며 그 기준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허위의 사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면서도’ 발언을 한 경우를 뜻한다. 단지 조사가 미진해서 사실을 정확히 모른 채 말한 것은 ‘실제적 악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정봉주는 당시나 지금이나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또한 당시는 비비케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었고 급기야 특검까지 가는 상황이었다. 특검 수사결과는 선거가 끝난 뒤에야 나왔다. 적어도 발언 당시는 상당한 의혹이 있는 상황이었다. 또 하나 ‘설리번 판결’과 ‘정봉주 판결’이 다른 점은 미국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공직자에게 해당 발언이 허위 사실임을 입증하도록 한 반면, 우리 법원은 우선적으로 발언자에게 허위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설리번 판례를 잠깐 알아보자면
마틴루터 킹 목사의 모금운동 광고를 뉴욕타임스가 실었다. 그 사진 중 경찰이 흑인을 줘패는 사진이 있었나보다. 그래서 경찰국장 설리번이 뉴욕타임스를 너 고소! 했다. 자기 명예를 훼손했다고.
1심에서 설리번이 이겼는데, 연방법원에서 뉴욕타임스가 이겼다. '실질적 악의'가 명백히 입증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로 본다는 것이다. 이 판결 이후 공직자가 언론과 재판해서 이긴 적이 없다고 한다. ('언론과'인지 '개인과'도 해당되는 건지는 확인하지 못함)

“이런 소송이 허락된다면, 향후 정부관료를 향한 비판들이 - 설사 그것이 정당한 비판일지라도 - 공포와 두려움의 장막에 갇혀 얼어붙게 되고, 이는 곧 [정당한 비판 이전에] 자기검열로 이어질 것이다”
논지와 관계 없이 멋진 말이니까 하나 넣자. 당시 연방법원 브래넌 판사의 말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왜 소개하냐면 ..

진중권의 다음 글 때문이다.
4. 미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정봉주는 무죄다?
이는 한겨레 박용현 기자도 인정한다. 그의 말을 들어 보자.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답변은 아마도 저 유명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판결(1964년)일 것이다. "민주사회에서는 공공의 사안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이 보장돼야 하며, 그러다 보면 간혹 잘못된 사실을 언급하게 되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이를 보장하지 않으면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숨구멍조차 막게 된다." 따라서 공직자 및 공공의 사안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사실에 근거했더라도 매우 제한된 경우에만 규제해야 하며 그 기준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허위의 사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면서도' 발언을 한 경우를 뜻한다. 단지 조사가 미진해서 사실을 정확히 모른 채 말한 것은 '실제적 악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즉, '실제적 악의'가 있을 경우 허위사실유포는 미국에서도 처벌의 대상이 된다.그 기준은 "허위의 사실이란 점을 분명히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인식하면서도 발언을 한 경우". 그렇다면 정봉주는 어떤가? 판례 속의 "매우 높다"는 표현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수위를 의미하는지 개개의 판례를 들여다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설리번 판례를 따른다 하더라도 정봉주가 반드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가 당 지도부에 보냈다는 그 메일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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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분 발언과 글에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못 느끼던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 열광하던) 민중이
진중권 이 말을 뱉으니 오류를 문제삼고 나온다.
설리번 판결은 민사 소송이고, 정봉주는 형사다. 진중권의 논리는 다 틀렸다. 라고....
음? 정봉주도 한겨레도 다 틀렸네?

아마 정봉주와 한계레의 애초 의도는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설리번 판례와 같은 경우에 비추어 보면 (민사든 형사든) 정봉주는 죄가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는 것.
여기에 대한 대답에 굳이 민사니 형사니를 따지는 건 치졸한 거고, 감안해서 진중권의 답은 이런 거다.
"미국의 설리번 판례에서 보더라도 정봉주가 아무 잘못 없는지는 따져봐야 할 거다." 라고.


참고로 한겨레의 저 칼럼
'또 하나 ‘설리번 판결’과 ‘정봉주 판결’이 다른 점은 미국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공직자에게 해당 발언이 허위 사실임을 입증하도록 한 반면, 우리 법원은 우선적으로 발언자에게 허위 사실이 아님을 입증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건 사실과 다르다.

정봉주 (1심과 2심) 재판에서
정봉주가 말한 사실이 허위임을 입증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 검사는 자금을 추적하고 계좌를 까서 MB나 김백준과 연결된 자금 흐름이 없었음을 밝혔다. 또한, 설령 비비큐가 가카 소유임이 증명된다하더라도 주가조작의 범인으로 연결시킬 방법이 없다. 이 점은 정봉주 자신도 인정하고 있다.

정봉주에게 입증 책임이 넘겨진 것은, [가카가 주가조작을 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정봉주 자신이 '그게 사실이라고 생각할 만 했다'는 입증이다.
물론 더 선진국에서 이 입증책임까지 검사에게 지우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한겨레의 저 말은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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